AI와 탄소중립, 공존을 위한 해법…그린AI 성장 전략 세미나

2025-03-31     송준호 editor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8일 열린 '그린 AI 성장 전략'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의 균형점을 모색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의 증가AI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소영 의원은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발전이 희망이 될 수 있다"며 "전기화, 재생에너지 공급, 에너지 효율화라는 세 가지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AI와 기후위기는 융복합적 의제로 국회에서 이 주제의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겸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300조원 AI 예산에 비해 한국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한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AI for Energy, Energy for AI(에너지 전환을 위한 AI의 역할과 AI 산업 발전을 위해 에너지가 할 일)'를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는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임희정 한국스탠포드센터 연구원,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좌장은 이원태 아주대학교 교수가 맡았다./임팩트온

 

에너지 분야 AI 기술은 있어...데이터센터 전력문제 해결이 과제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AI가 이미 에너지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상당히 발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설비 진단,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도매 전력시장 가격의 예측 등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문제는 기술이 아닌 전기 사용량 증가와 전력망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30기가와트(GW) 이상의 AI 데이터센터에 관한 접속 수요가 있지만, 수도권 전력망은 물리적으로 수용 불가능하다"며 전력망 부담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를 어떻게 구할지, 기존 기술이 아닌 AI를 꼭 활용해야 하는 영역인지, 문제 발생 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라는 세 가지 질문을 통해 AI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도입보다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부사장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가 필수라는 의견을 냈다. 이효섭 부사장은 "데이터센터가 기가와트 단위로 전력을 소비하면서 짧은 주기로 전력 사용량이 급변하고 있어 전력망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 해결에도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등의 생활 속 작은 결정들이 모여 에너지 효율화가 이루어지는데, AI가 이를 최적화할 수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디지털화된 전력원이 데이터센터와 매칭되면 전력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희정 한국스탠포드센터 선임연구원은 V2X(Vehicle-to-Everything) 기술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사례를 소개했다. 임 연구원은 "차량과 전력망, 가정, 기기 사이의 양방향 에너지 흐름이 가능한 V2X 기술이 에너지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아이오닉5의 V2L(Vehicle-to-Load) 기능으로 외부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포르쉐 타이칸의 V2G(Vehicle-to-Grid) 기능으로 전력망에 에너지를 제공하며, 포드 F-150의 V2H(Vehicle-to-Home) 기능으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례를 볼 때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에너지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완재 현대자동차 팀장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의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완재 팀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며 "특히 자율주행차의 학습 데이터를 가상환경에서 수집하거나 AI로 날씨 조건을 변형하는 기술로 실제 차량 주행을 최소화해 개발 과정의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허용 범위 내에서 AI 발전시켜야...제도 개선 시급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디지털 전환과 기후 대응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에서는 글로벌 10위권 이내지만, 기후나 생태 대응에서는 중하위권"이라며 “기후가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AI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기후 문제를 악화시킬지, 해결에 기여할지는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AI를 기후 대응과 기후 재난에 대비하는 쪽으로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AI 도입을 가로막는 한국의 제도적 장벽을 짚었다. 이승만 조사관은 "영국 등 주요국은 전력 소매 시장이 개방됐지만, 한국은 한국전력의 독점 체제로 신산업 발달이 어렵다"며 "최적 입찰 전략 수립을 위한 AI 기술도 한국에서는 비용 기반의 입찰 방식 때문에 적용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는 발전과 판매를 겸업하지만 한국은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계시별·지역별 요금제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아 AI 기반 에너지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AI 발전과 기후목표 사이의 균형을 제시했다. 정준화 조사관은 "AI는 탄소중립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지만,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며 "그린 AI 솔루션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익 모델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산 AI와 외산 AI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만약 해외의 AI를 받아들인다면 싱가포르의 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전략도 검토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