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의 화석연료 투자 급중…전문가들 "그린워싱보다 기후 소송 리스크 주목해야"

2025-06-19     유미지 editor
글로벌 은행들의 화석연료 자금 조달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후 소송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시에라 클럽

글로벌 은행들의 화석연료 자금 조달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후 소송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비영리단체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 시에라 클럽(Sierra Club) 등이 발행하는 ‘뱅킹 온 클라이밋 카오스(Banking on Climate Chaos)’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65개 은행 중 3분의 2가 작년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3대 화석연료 금융기관인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의 지난해 화석연료 기업 투자는 총 426억달러(약 58조7795억원) 늘었다. 이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유럽 최대 화석연료 금융기관인 바클레이즈는 55%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년간의 소폭 하락세를 상쇄하는 규모다. 자산 기준 세계 65대 은행의 화석연료 자금 조달은 2022년에 15% 감소, 2023년에는 10% 감소했었다. 은행들이 화석연료에 제공한 자금은 8690억달러(약 1199조원)로, 2021년 9220억달러(약 1272조원)에 거의 근접했다. 

보고서가 다루는 대부분의 자금 조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에 이루어졌다. 이 같은 자금 조달은 올해 화석연료 투자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자금 조달이 녹색 전환을 위한 광범위한 투자의 일환이며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은 고탄소 에너지 부문에 1달러(약 1379원)를 지원할 때마다 1.29달러(약 1779원)의 저탄소 에너지 자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65개 은행 중 3분의 2가 작년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시에라클럽

 

LSE, “화석연료 투자, 기후 소송의 증거로 활용될 위험 높아”

하지만 이러한 화석연료 투자는 일부 은행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지적했다.

지난달, 독일 법원은 페루 농부가 전력 회사 RWE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을 피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원고 측 논리가 일관되고 성실하다며, 증거가 제시될 수 있다면 주요 배출자에게 기후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 석유 기업 셸과 관련된 또 다른 소송에서 네덜란드 법원은 고배출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할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가지고 있다고 판결하며, 지속적인 화석연료 투자가 이러한 의무와 충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산하 경제전환전문센터(CETEX)의 학자들이 실시한 새로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10년 동안 기후 관련 소송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기후 소송 위험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은행의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은행들이 화석연료 생산 관련 소송보다는 그린워싱 소송의 위협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은행들은 위험을 제시할 때 운영 리스크보다는 평판 리스크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운영 상의 위험이 필요 자본 완충액 증가로 이어져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은행의 화석연료 포트폴리오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기후 소송 관련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관련 소송이 은행에 중대한 재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