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네덜란드 지부가 에너지기업 셸(Shell)을 상대로 신규 석유·가스 개발을 전면 금지하고 법원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SG 전문매체 ESG투데이는 14일(현지시각) 지구의 벗이 소송 예고서를 셸에 발송했으며, 이는 셸의 신규 자원개발 중단을 법적으로 요구하려는 첫 시도라고 보도했다.
2019년에도 소송…하급심은 “감축” 명령, 항소심은 “실효성 없어”
이번 소송은 2019년 지구의 벗이 제기했던 기후소송의 논리적 연장선에 있다. 당시 이 단체는 셸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아 네덜란드 민법상 '주의의무(duty of care)'를 위반했고, 파리협정의 1.5℃ 목표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021년 네덜란드 하급심은 셸에게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배출량까지 포함해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5%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스코프 1~3 전 범위를 포함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2024년 항소심은 “45% 감축이라는 수치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뒤집었다. 특히 셸이 고객의 배출까지 감축을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셸이 연료 판매를 중단하더라도 고객들은 타사 연료를 구매할 것이라는 주장을 수용했다.
다만 항소심도 “화석연료 소비가 기후문제의 주요 원인이고, 기후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며 “셸처럼 기후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대응 능력을 가진 기업은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신규 유전 중단 법원 명령 요청…이번엔 과학적 기반 강조
지구의 벗은 이번 소송이 “기업의 신규 유전 개발을 전면 금지시키기 위한 첫 법적 시도”라고 강조했다. 또한 셸이 법원이 요구한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피했다고 주장하며, “셸은 최근 정책과 행동에서 어떠한 변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감축 경로를 셸이 2035년 이후에도 따르도록 법원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NZE(2050 넷제로 시나리오)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할 예정이다. 지구의 벗은 이어 “과학은 명확하다. 지구가 임계점을 넘지 않으려면 신규 유전을 개발할 여지는 없다”며 “기존 유전만으로도 1.5℃ 목표를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셸은 소송 예고서에 대해 “이 같은 요구는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 세계가 여전히 석유·가스를 난방 및 운송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전환은 정부·기업·소비자가 함께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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