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산림전용방지법(EUDR) 핵심 기준 폐기 결의…시행일 연기 우려 커져

2025-07-10     송준호 editor

유럽의회가 9일(현지시각) EU산림전용방지법(EUDR)의 핵심 집행수단인 ‘국가별 벌채위험도 분류체계’의 폐기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최근 유럽연합(EU) 회원 18개국이 EUDR의 간소화를 요청한 서한을 낸 지 이틀만의 일이다.

EUDR은 팜유, 대두, 목재, 쇠고기, 커피, 코코아, 천연고무 등 주요 원자재와 그 파생제품인 가죽, 초콜릿, 타이어 등에 대해 유럽시장 수출입 시 벌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기업은 해당 제품이 2020년 이후 산림이 훼손되지 않은 토지에서 생산됐고, 현지 법규를 모두 준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사진=유럽의회 웹페이지

 

유럽의회, 최신 데이터 미반영 이유로...위험국 분류체계 폐기 결의

이 분류체계는 국가를 벌채위험 수준에 따라 저위험, 일반, 고위험으로 분류해 기업의 실사 의무 강도를 차등 적용하는 장치다. 그러나 유럽국민당(EPP)은 해당 기준이 "오래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토지이용 변화와 산림 황폐화 등의 핵심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반대안을 상정했고, 찬성 373표, 반대 289표, 기권 26표로 통과됐다.

EPP 소속 크리스틴 슈나이더 의원은 “우리는 산림벌채를 효과적으로 막고 싶지만, 책임 있는 산림 경영인을 불필요한 관료주의로 옥죄어서는 안 된다”며 “집행위의 현행 접근법은 진짜 위험을 겨냥하기보다는 모든 이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고 비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집행위는 기존 분류체계에서 벨라루스, 북한, 러시아, 미얀마 4개국만을 고위험국으로 지정했으며, 브라질, 인도네시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벌채 우려가 큰 지역은 일반 위험군에 포함했다. EU 회원국은 모두 저위험으로 분류됐다.

결의안에는 '산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국가'를 위한 새로운 '무위험국가(no risk)' 분류 도입 요구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결의안을 발의한 알렉산더 베른후버 EPP 의원은 “집행위의 분류체계는 여러 국가의 상황을 잘못 반영해 농민과 임업인, 산업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며 “산림이 안정적이거나 확장 중인 국가에는 무위험국 분류를 적용해야 공정하고 효과적인 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야당 일제히 반발, 무위험국 신설은 법 회피 수단...개정 논의 시점도 문제  

환경단체들과 일부 정치권은 무위험국가(no risk) 범주 도입이 법의 실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지금 개정이 추진되면 시행 일정이 또다시 연기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EUDR은 2024년 12월 30일부터 대기업, 2025년 6월부터 중소기업에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집행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이를 각각 2025년 12월과 2026년 6월로 1년 연기한 바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성명에서 “현행 국가 분류 체계는 법의 핵심 집행수단이며, 무위험국 분류 도입은 법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며, “EU 회원국 대부분이 저위험 국가이지만, EUDR은 그 어떤 국가에도 면제 특권을 부여하는 조항이 없다. 모든 기업은 공급 제품이 벌채와 무관함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분류 등급은 그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WWF는 또 “법 개정은 실제 시행 이후 평가를 거쳐 2028년에 이뤄져야 하며, 지금 개정을 추진하면 또다시 시행이 미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는 “정치적 공방보다 실행에 집중할 시점이며, 분류 기준은 추후 일정에 맞춰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분류체계 개선 논의는 2026년에 예정된 법률 검토에서 이뤄져야 하며, 2025년 12월 30일로 예정된 법 시행일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번 결의안에 반발이 이어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사회당그룹(S&D)은 "이번 결정은 또다시 EUDR의 시행을 늦추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으며, 좌파그룹(GUE/NGL) 역시 "정치적 수단으로 핵심 환경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