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지속가능금융 협력, 담합 아냐”…금융사 공동행위 첫 공식 승인
호주 정부가 10일(현지시각) 지속가능금융 추진을 위한 금융회사 간 협업을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허용했다. 승인 대상에는 자연자본 데이터를 투자 판단에 활용하고 친환경 금융상품을 공동 설계하며, 규제 개선안을 함께 마련하는 활동이 포함됐다.
이는 금융업계의 ESG 관련 협력을 담합으로 간주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독점 규제 기조와 상반되는 조치다.
호주, 금융회사 공동행위에 '경쟁법 예외' 적용…지속가능금융 협력 공식화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호주 지속가능금융연구소(ASFI)와 주요 금융기관들이 향후 5년간 공동으로 지속가능금융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승인했다. ACCC는 지난 12월 ‘지속가능성 협력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민간 협력이 경쟁법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한 바 있다.
이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이자, 경쟁법상 일반적으로 금지되는 기업 간 공동행위에 예외를 인정한 사례다. 예를 들어, 경쟁사끼리 금융상품을 함께 설계하거나 투자 전략을 공유하는 행위는 경쟁법상 담합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ACCC는 이번 사안은 위험보다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해 예외를 인정했다.
믹 키오 ACCC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협력하는 데 따른 공익이 적지 않다"며 "지속가능성 협력 대부분은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CC, 담합 방지 5대 조건 명시...혼합금융 활성화 기대
ACCC는 담합 방지를 위해 협력에 참여하는 조직 간 정보 공유 범위 등을 규제하는 다섯 가지 조건도 함께 제시했다.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다. ▲협력은 사전에 명시된 지속가능금융 목적에 한정해 수행 ▲공유 정보는 구체적인 투자 조건이나 가격 등 경쟁 민감 정보는 제외 ▲참여자는 비공식적인 논의나 사적 접촉을 배제하고 공식 회의체를 통해 소통 ▲정기적으로 협력 내용을 ACCC에 보고 ▲새로운 협력 참여자는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ACCC와 손잡은 ASFI는 2020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호주의 금융 시스템을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이며 포용적인 구조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호주 재무부는 2023년 지속가능한 금융 로드맵을 세웠는데, 핵심 사항으로 ASFI와 협업하여 지속가능금융 택소노미를 개발하기로 발표했다. ASFI는 작업을 진행하여 지난달 해당 택소노미를 공개했다.
ASFI는 이번 승인으로 혼합금융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혼합금융는 민간 투자만으로는 자금이 흘러들기 어려운 공익 분야에 공공 자본을 먼저 투입해 투자 유인을 높이는 방식이다.
크리스티 그레이엄 ASFI CEO는 “이번 승인은 지속가능한 자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ASFI의 기능과 역할을 ACCC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사와 파트너들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됐다”며, “특히 혼합금융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