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DAC 스타트업, 300만달러 탄소크레딧 계약…아프리카 기후기술 상업화 첫발

2025-07-20     송준호 editor

케냐의 직접공기포집(DAC) 스타트업 옥타비아 카본이 300만달러(약 42억원) 규모의 탄소크레딧 계약을 체결하며 아프리카 기후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로이터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옥타비아 카본은 지열 에너지 기반의 DAC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며, 계획 중인 DAC 플랜트 생산능력의 40%에 해당하는 이번 계약을 완료하고 이 중 절반을 선금으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옥타비아 카본의 마르틴 프라이뮐러 대표는 "내년까지 연간 1000톤 규모의 상업용 DAC 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파트너사인 탄소저장 스타트업 셀라 미네랄 스토리지(Cella Mineral Storage)와 협력해 내년 초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하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옥타비아 카본의 탄소포집 시설/옥타비아 카본 웹페이지

 

지열 자원 활용한 저비용 DAC 기술…현지 개발로 경쟁력 확보

옥타비아 카본은 케냐의 독특한 지질학적 조건과 에너지 환경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탄소포집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위에 자리한 케냐는 전체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를 지열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과 저렴한 에너지 비용이 DAC 운영의 핵심 동력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나 완자우 엔지니어는 "DAC는 본래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지만 케냐의 지열 증기를 활용하면 운영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며 "현무암으로 구성된 지층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안전하게 저장하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동 중인 4개 시제품 설비는 각각 연간 1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는 1000그루 나무의 연간 탄소 흡수량과 동등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설비는 화학 필터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착한 뒤 진공 상태에서 가열해 분리하는 방식으로, 포집된 탄소는 용기에 저장하거나 지하에 영구 격리할 수 있다.

 

아프리카 CCUS 시장 성장세 속 상업화 추진

옥타비아 카본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 속에서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글로벌CCS연구소는 현재 전 세계 600여 개 CCUS 프로젝트가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 단계에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도 이집트, 튀니지, 말라위, 토고 등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CCUS를 포함시키며 시장 형성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집트는 기존 석유·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남유럽 및 중동 국가들과의 국경 간 프로젝트도 검토 중이다. 모로코와 튀니지는 각각 수출품의 대부분을 유럽으로 보내고 있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차원에서 CCUS 기술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타비아 카본은 이러한 아프리카 CCUS 시장에서 기업과 정부의 탄소 상쇄 수요에 대응해 포집된 탄소를 탄소크레딧으로 거래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회사는 2022년 설립 이후 지난 10월에 500만달러(약 70억원)의 시드 펀딩을 완료하며 상업화 기반을 다졌다. 옥타비아 카본은 세계 최대 탄소제거 대회인 엑스스프라이즈 카본 리무벌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이터는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케냐가 정부의 보편교육 투자로 풍부한 과학자와 엔지니어 인력을 보유해 현지 기술 개발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프라이뮐러 대표는 "세계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기후변화의 무력한 피해자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케냐에서 개발된 기술로 아프리카도 글로벌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