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스,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가동…호주 기후정책 신뢰 도마 위

2025-09-22     송준호 editor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가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 등의 190억달러(약 26조원) 인수 제안이 무산되고, 45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바로사 가스전 가동에 돌입했다. 

산토스는 22일(현지시각)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첫 천연가스를 BW오팔 부유식 생산설비로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BW오팔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중 하나로, SK오션플랜트가 건조했다. 

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가 주도한 XRG 컨소시엄은 지난 6월부터 산토스 인수를 추진했지만 17일 협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CNBC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기업 가치와 세금 문제, 환경 리스크에 대한 정보 공개 지연 등을 협상 결렬 이유로 꼽았다.

 

산토스, 주주 압박에 고배출 가스전 본격 가동

인수 협상이 무산된 뒤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에 맞춰 산토스가 프로젝트를 서둘러 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의 조슈아 런시먼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로 매출과 현금흐름이 개선돼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배당 확대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RBC캐피털마켓은 2027년 이후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바로사 가스전 첫 생산 이후 산토스 주식 등급을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가동으로 2023년 호주 북부 다윈 지역의 기존 가스전이 고갈되며 멈췄던 다윈 LNG 수출 플랜트가 다시 가동된다. 다윈 플랜트는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해 주로 일본 등 해외 바이어에게 수출하는 시설로, 앞으로 20년간 바로사 가스전이 이 플랜트에 원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바로사 프로젝트는 연간 최대 37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호주 전체 LNG 수출 능력의 약 4%에 해당한다.

케빈 갤러거 산토스 CEO는 “아시아 고객에게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하고 주주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다윈 LNG 플랜트에 공급된다./산토스

 

 

환경단체, 호주 2035 감축 목표 비판…가스전 가동 악재로 작용

다만, 바로사 프로젝트가 호주에서 가장 탄소배출량이 많은 가스전으로 꼽히는 만큼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여기에 호주 정부가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재생에너지 목표가 낮다는 지적까지 겹치며 부정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62~70%로 확정했다. 기후변화·에너지 장관 크리스 보웬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감축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웬 장관은 “목표는 야심 차면서도 실현 가능해야 한다. 70% 이상의 목표는 달성할 수 없기에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도에서 야심 찬 목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해당 목표는 재무부가 제시한 65~75% 감축 시나리오와 기후변화청 권고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산업계 이익을 우선한 타협을 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린피스의 시바 군든 태평양 담당 책임자는 “알바니즈 정부의 새 기후 계획은 기후변화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태평양과 호주 지역사회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태평양과 호주 지역사회의 안전보다 석탄과 가스 산업의 이익을 우선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의 더모트 오고먼 CEO는 “이번 목표는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환 일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주 에너지 전환 컨설팅사 넥사 어드바이저리의 스테파니 바시르 CEO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확실히 해야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시장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