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제안한 '국제기후클럽'은 어떤 의미?
17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콜로니에서 개최된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총리는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을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국제기후클럽(International Climate Club)’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G7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독일인 만큼, 오는 6월 26∼28일 숄츠 총리 주재로 열리는 G7 회의에서 국제기후클럽은 핵심 논의사항이 될 전망이다.
19일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진행하는 ‘다보스 어젠다 2022' 화상 회의에서 숄츠 총리는 “G7 의장직을 이용해 G7을 국제기후클럽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유럽정책 언론매체인 유랙티브(Euractiv)는 ‘국제기후클럽’은 숄츠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재무장관으로 재임했던 시절부터 주장해온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숄츠 총리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국제기후클럽’은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야망(Ambition)’있고 ‘과감(Bold)’하며 ‘협력적(Cooperative)’인 국가들의 모임이라는 뜻에서 ABC로 요약될 수 있다. 그는 “늦어도 2050년까지 G7 국가들이 1.5도 목표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야망(Ambition)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며 “탄소 가격 책정 등 과감(Bold)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지금부터 행동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협력(Cooperation)적이라는 의미는 WTO 규칙과 모든 국가의 개방성을 준수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함께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특히 국제기후클럽에서의 ‘협력’은 탄소 가격 책정과 거래를 전제로 제시된 것이다.
무역이 국가 경제에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요소인 만큼, 탄소중립을 위해 요구되어지는 국가 간 탄소거래가 기존 무역 체계에 방해되지 않아야 하며 탄소 가격도 국가들이 이해되는 범위 안에서 합의되어져야 한다는 게 숄츠 총리의 뜻이다. 유랙티브는 ‘합의된 탄소 가격 규칙을 따라 국가들이 클럽 내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게 숄츠 총리와 지지자들의 복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의 올리버 사르토르(Oliver Sartor) 수석 고문은 “EU의 주요 동맹국들이 2030년까지 통일된 글로벌 탄소 가격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기후클럽의 협력은) 신뢰가 떨어지는 실행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EU(유럽연합) 국가들은 이미 상호 무역 협정 아래 동일한 기후와 전략에 발을 맞추고 있어 통일화된 탄소 거래와 가격 책정에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G7 회원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및 일본은 무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CBAM를 보완하고 녹색 수소를 촉진하는 측면에서 국제기후클럽 운영
한편, 유랙티브는 탄소국경조정세(CBAM)와 수소 외교(hydrogen diplomacy)를 보완하는 입장에서 국제기후클럽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EC)가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CBAM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CBAM은 탄소배출 규제가 약하고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수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다. CBAM 적용대상 품목을 철,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로 지난해 한정했지만, 최근 EU의회 환경위원회(ENVI)가 CBAM 대상 품목을 확대해 오는 4월 법안 표결을 실시한 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향후 EU의 CBAM 대상품목이 러시아의 주요 재원인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해 에너지 공급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으며, 중국은 CBAM이 WTO 협정과 국제법 원칙에 위배되며, 환경문제를 통상문제로 확대함으로써 양자간 신뢰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단독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기후정책에 국가별 경제발전 단계가 고려되어야 하며, 사실상 CO2 관세에 해당하는 CBAM은 각국의 기후대응 의지와 역량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무역국들이 CBAM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은 국제기후클럽을 통해 국가 간 협의와 대안 논의를 통해 CBAM 접근의 유연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E3G의 요한나 렌(Johanna Lehne) 수석 고문은 “CBAM을 추진하기 위해 독일은 이 클럽을 무역 교역과들과 대화를 트는 수단을 활용할 의사가 있다”며 “독일은 기후클럽에서 CBAM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숄츠 총리는 또한 국제기후클럽을 통해 독일이 추진 중인 수소 외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숄츠 총리는 ‘다보스 어젠다 2022'에서 “클럽에서 녹색 수소의 공통된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며 “각국의 수소 투자를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풍력인프라가 잘 갖춰진 스코틀랜드, 태양광 인프라를 보유한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녹색수소를 수입하여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국제기후클럽에 공유하고, 탈탄소 핵심으로 떠오르는 녹색수소가 개도국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선진국의 투자 및 거래율을 촉진시킬 방침이다.
렌 수석고문은 “숄츠 총리가 기후클럽과 관련시켜 녹색 수소를 언급한 사실에 놀랐다”며 “녹색 수소 확대를 위한 국가 간의 기술 공유 및 상호 이익 관점에서의 제안은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이것은 추출정책(extractive policy)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선진국의 이익을 위해 개도국의 인적·물적 자원만을 추출시켜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숄츠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독일 내각 비공개 회의 내용을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2050년까지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위해 ‘G7를 중심으로 기후클럽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세기 중반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이 홀로 가기보다는 기후클럽으로서 단결해, 방식은 다양하더라도 함께 전진하기를 바란다"며 "기후클럽은 열린 클럽으로 많은 이들에 대한 초대"라면서 "이에 민주주의적 산업 국가들이 앞장선다면 가장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