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백? 알이백? 올해 꼭 알아야 할 RE 100 근황

2022-02-08     박지영 editor

지난 3일 열린 TV 토론에서 ‘RE100’이란 용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묻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슨 뜻인지를 되물었다. 토론 이후 민주당은 “대선 후보가 RE100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충격”이라며 맹공을 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가 객관식 암기왕 뽑는 자리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RE100이 다시 화두에 오르면서 올해 꼭 알아야 할 RE100 최신 동향을 소개한다.

 

Q. RE100 현재 가입사는?

총 53개 기업이 가입했다. 그중 한국 기업은 14개며, 39개는 HP코리아, 애플코리아, 샤넬 코리아와 같은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다. 2022년 현재 RE100에 가입서를 내고 승인까지 마친 곳은 ▲고려아연 ▲LG에너지솔루션 ▲SK(주)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테크놀로지 ▲SK주식회사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아모레퍼시픽 ▲KB금융그룹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 ▲롯데칠성음료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는 가입선언 후 승인대기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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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RE100과의 차이점은?

지난해 발족한 K-RE100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 실적으로 인증해주는 정책이다. 글로벌 RE100의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 100기가와트시(GWh)를 넘는 기업, 즉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K-RE100은 이러한 기준 없이 등록제로 운영된다. 

또 RE100은 늦어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해야만 가입이 가능하지만, K-RE100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 아직 글로벌 RE100 가입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을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K-RE100에 먼저 가입시켜 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한다는 게 목적이다. 

지난해 12월 14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K-RE100에 참여한 기업은 대기업 32개, 중견·중소기업 13개, 공공기관·지자체 26개로 총 71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집계 결과 3곳이 증가한 74개사로 확대됐다. 

 

Q. 한국에서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이 있나?

한국에서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가발전 ▲재생에너지 생산 정보가 담긴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REC) ▲발전소가 사들인 재생에너지를 구매(녹색 프리미엄)하는 방식 ▲발전사와 전기소비자(기업)가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협약(PPA)을 맺는 방식이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꾸준히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녹색 프리미엄제도와 자가발전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6월에는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협약을 맺는 제3자 PPA 제도와 직접 PPA 제도를 정비했으며, 8월에는 REC 거래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K-RE100 참여 기업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산업부는 RE100 참여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RE100 제품 라벨링, 재생에너지 설비보급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올해 1월 발간된 RE100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한국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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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수단은?

지난 7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K-RE100을 이용한 74개 기업 중 59개 기업이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REC 구매는 15곳, 자체건설은 2곳이다.

지난 10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2%를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9월 전력사용량(752만2000㎿h)의 2.7%(20만8350㎿h)를 구매했다. 삼성전자는 1528만7000㎿h의 3.2%(49만㎿h)를, LG화학도 545만6000㎿h 중 2.1%(545만6000㎿h)를 녹색 프리미엄 제도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RE100 가입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한국 CDP 위원회

지난해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REC와 같은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해외의 경우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에 공급하고, 인증서만 따로 분리판매하는 것을 Unbundled EAC로 부르고, 재생에너지와 인증서를 묶어 판매하는 것을 Default EAC로 부른다. 재생에너지 인증서의 경우 기업이 손쉽게 시장을 통해 인증서를 구매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운영 위험이 적다.

다음으로는 PPA 사용이 가장 많았다. PPA스이 경우 별도의 시장 또는 인증제도를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권역별로 나누어보면 유럽에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구매가 가장 활발했다. 유럽 기업의 54%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통해서, 33%는 REC 등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를 통해, 7.7%는 PPA를 통해서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미와 아시아의 경우 REC 등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북미 49%, 아시아 70%) 다음으로 PPA(북미 33%, 아시아 21%), 녹색 프리미엄제가 이용이 가장 낮았다.(북미 11%, 아시아 8.3%)

 

Q. 재생에너지 확산의 걸림돌은?

한국 RE100협의체(사단법인 한국에너지융합협회·아주대학교 탄소-제로 신재생에너지시스템 사업단)가 지난달 5일 총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RE100을 이행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25.3%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높은 투자 비용 및 구매비용이라고 답한 바 있다. 녹색 프리미엄제와 REC, PPA의 걸림돌은 모두 비싼 가격과 인센티브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녹색 프리미엄제 입찰에선 두 차례 모두 총 공고량의 10%도 못 미치는 물량만이 낙찰됐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체 물량의 6.9%인 123만7595MW만 낙찰됐고, 하반기에는 참여율이 더 떨어져 전체 물량의 1.6%인 20만2798MW만 낙찰된 바 있다.

녹색 프리미엄제로 구매한 전기는 일반 산업용 전기보다 14% 가까이 비싸다. 지난해 2월 녹색프리미엄 평균 낙찰가격은 1kWh당 14.6원으로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력가격 1kWh당 107.35원의 13.6%에 달한 바 있다. 비싼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쓰더라도 K-RE100 참여만 인정해줄 뿐 온실가스 감축 등 기업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는 주어지지 않기에 유인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REC와 PPA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경우 가격은 더욱 비싸진다. 지난해 12월 REC 현물시장에선 개당 가격은 3만8779원이었는데, 1월 4만6211원으로 19.1% 상승하더니 2월엔 5만4801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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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를 사용할 경우 재생에너지 가격은 100% 이상 상승한다. 지난 6월 제3자 PPA가 시행됐는데도 어떤 기업도 참여하지 않은 이유다. 기후솔루션이 최근 발간한 ‘좌초되는 한국형 RE100 제도: 망 이용료와 제3자 PPA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직접 PPA 구매 단가는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최대 191%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격을 계산한 결과, 망 이용료를 포함한 직접 PPA의 제반 비용은 1kWh당 최소 40원에서 최대 53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구매 단가는 태양광 176원/kWh, 풍력 205원/kWh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제3자 PPA를 사용할 경우 한전이 제시하는 ▲망 이용료 ▲전력손실반영금액 ▲부가정산금 ▲거래수수료 ▲복지 및 특례할인 금액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한전에 기본요금을 납부하면서 또 다시 기본요금을 내는 것이 기업에게 부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NEF 또한 “PPA를 사용했을 경우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도 30% 가량 비싸다”며 “제3자 PPA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의 에너지균등화비용(LCOE) 하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