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사업자로 변신한 셸의 속사정

2022-06-08     박지영 editor

글로벌 석유기업 셸이 미국에선 재생에너지 사업자로 완전히 변신했다. 셸은 7일 텍사스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셸 에너지 솔루션’이라는 이름을 가진 셸의 가정용 재생에너지 사업은 2017년 약 3만3000명의 고객을 보유한 상업 및 가정용 전력 소매업체인 MP2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전에는 셸 브랜드가 아닌 인스파이어&펄스 에너지를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전력을 제공해왔다.

쉘의 전기 소매 사업 계획/쉘

셸은 가정용 전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매 고객을 위한 저탄소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할 방침이다.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제공하며, 재생에너지 인증 사업도 벌인다. 셸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업으로 소비자들이 풍력 및 태양광 발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셸은 또 전기차 충전소 사업도 함께 진출했다.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충전소에 제공하고, 비수기 시간대에 무료 충전과 고정 요금을 제공하는 요금제도 제공한다. 태양광 패널을 보유한 주택 소유자를 위해 고객이 전력망에 보내는 잉여 태양광 전기에 대해 보상도 해준다. 이를 통해 셸은 텍사스 주변의 풍력 및 태양광 설비 보유자로부터 추가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다.

셸 에너지는 현재 9개국에서 약 150만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셸은 2030년까지 재생가능한 전기 판매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기후 소송으로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이전한 셸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석유기업인 엑손모빌과 쉐브론에 비해 야심찬 기후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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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셸 글렌 라이트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우리 목표는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 것”이라며 “재생 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솔루션은 실질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NYT "미국 석유 기업과 유럽 석유 기업 전략 격차 난다"

재생에너지 투자 늘리는 유럽 석유 기업들

텍사스 주는 특정 연방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력망이 다른 주와 격리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최대의 에너지 생산자면서 최대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텍사스 주에서는 민간 사업자인 텍사스 에너지 신뢰성 평의회(ERCOT)가 운영하는 단일 전력망이 구축돼 있다. 이를 통해 이미 2900만명의 주민 중 2600만명 이상이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조달받고 있다.

덕분에 텍사스 주는 뉴저지 주와 함께 경쟁이 치열한 소매 시장에서 가격 하락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 국립 재생 에너지 연구소에 따르면,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전기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셸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할 방침이다. 텍사스 주에서는 소비자가 전력망에 보내는 이여 전력에 대한 보상이 다르다. 일부 전기기업은 잉여 전력을 보내주는 소비자에게 낮은 도매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셸은 소매가격 수준으로 잉여 전력 보상 가격을 책정해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셸은 텍사스 주를 시작으로 미국 최대 지역 송전 기업인 PJM 에너지 시장이 점유하고 있는 동부 및 남부 주 등 타 지역으로도 소매 전기 사업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터프츠대 에이미 마이어스 재프 기후정책연구소 상무는 “이것은 이는 엄청난 성장 기회이며 셸과 같은 석유회사와 테슬라, 구글, 애플과 같은 기술회사들 간의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원래 전력은 기존 전력망에서 나와야 하지만, 잉여 전력을 흡수한다는 발상은 기존 시스템의 틀을 깨는 것”이라고 평했다.

셸은 석유 사업을 접지 않으면서 탄소 집약도를 줄이기 위해 녹색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및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확장하면서다. 셸은 텍사스와 미국 다른 지역에서 연간 약 13GW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했다. 텍사스에서 소매 전기업을 확장하기 위해 다른 생산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인증서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셸은 태양과 풍력을 공급하는 인도의 전력기업을 인수하고, 호주에서는 풍력 발전 기업을 샀으며,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개발을 위해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독일에서는 기존 전력기업과 경쟁해 자체 전력망을 개발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수소충전소를 짓고 풍력 발전소를 소유하며, 기업에 전력을 판매하는 에너지 무역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석유기업 토탈의 태양광 설비 현장/토탈

다른 유럽 대형 석유기업도 전력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지난 달 미국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회사인 클리어웨이 에너지의 지분 50%를 24억달러에 샀다고 발표했다.

NYT는 “유럽과 미국 석유기업 사이 전략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셸과 BP, 토탈 에너지 등 유럽의 석유 기업은 석유 사업을 매각하지 않는 반면, 재생에너지 등 녹색 사업을 확장하면서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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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는 셸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셸의 연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생산량이나 탄소 강도에 대한 셸의 탄소 배출량은 최근 몇 년간 감소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2021년 코로나19 이후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탄소 집약도는 증가했다.

글렌 라이트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솔루션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에너지 기업”이라면서 “석유와 가스를 없애지 않고 에너지 믹스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