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이슈로 인해 네덜란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적인 재판이 열리게 됐다. 시민들을 대표해 7개 환경단체들이 화석연료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환경단체들이 글로벌 거대 정유회사 로얄 더치셸(Royal Dutch Shell)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공판이 열렸다.
그린피스,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 등 7개 환경ㆍ인권단체들은 네덜란드 시민 1만7000여 명을 대표해 셸을 상대로 작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셸이 화석연료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탄소 제로화를 향한 국제 기후 목표 달성을 방해했고, 환경과 사회를 파괴한 불법 행동을 야기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앞으로 셸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2050년까지 제로화(0)할 것"을 요구했다.
원고 대변인 로저 콕스(Roger Cox) 변호사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에서 “셸의 기업 정책은 파리협정 등 세계 기후 목표와 크게 상충되며, 사업 활동과 화석연료 판매를 통해 전 세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셸은 네덜란드 민법 6조 162항 ‘다른 사람에 귀속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복구해야 한다’는 규정뿐 아니라 유럽 인권협약, 파리협정 등 국제 목표도 위반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동 소송을 제기한 단체 중 하나인 액션에이드(ActionAid) 닐스 몰레마(Nils Mollema) 대표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면 대규모 오염을 야기한 기업도 이에 동참해야 하는데, 셸과 주주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난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요구했다.
셸 대변인 데니스 호레만(Dennis Horreman)은 이에 대해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원고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쉘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경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은 법적 소송이 아닌 정책, 기술 투자, 고객 행동 변화"라고 주장했다.
셸은 2019년 지속가능보고서에도 '2035년까지 판매 제품의 탄소발자국의 30% 줄이고 2050년에는 65%까지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최근 몇 년간 바이오연료, 수소, 풍력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렸으며 2050년까지 순 탄소제로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4월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6년 대비 2035년까지 30%, 2050년까지 65% 줄이기 위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데니스 변호사는 “2050년 탄소 제로화 목표를 설정해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고 환경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와 투자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은 셸이 화석연료 사업으로 환경 파괴를 야기한 주범이며, 기후 위기에 더욱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셸은 1988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를 야기했던 100대 기업 중 한 곳이었다. 셸은 셰일 가스 등 화석 연료로 사업을 진행한 대신 홍보 캠페인에 투자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행동으로 전 세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작년 로얄더치셸 CEO 벤 반 브루덴(Ben Van Beurden)은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핵심 사업은 석유와 가스 분야”라고 말해, 단체들은 쉘이 재생 에너지 투자만큼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단체들은 “정책이나 목표 설정 등 보여주기만이 아니라, 화석이 아닌 대체 사업 모델을 제시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야기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의 친구들 도널드 폴스(Donald Pauls) 감독은 “이번 소송은 기후와 화석연료 산업에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던 기업인 쉘을 상대로 했으며, 이를 계기로 화석연료 산업이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행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은 12월 동안 총 4회 열릴 것이며, 재판 결과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이번 소송에 대해 ‘수많은 시민과 단체들의 지지 속에서 진행되는 역사적인 소송 사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마치 암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에 단체소송을 벌였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화석연료 사업에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겠다는 점에서다. 만약 이번 소송 결과가 기업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이같은 판례를 적용해 다른 시민단체들도 각국에서 기업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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