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30년까지 건물 넷제로 달성"

오는 12월, '건축물 에너지 성능에 관한 지침(EPBD)' 개정안 발표 예정

2022-10-28     박지영 editor

유럽연합(EU) 이사회는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55% 탄소 감축 이니셔티브인 ‘Fit For 55(핏포55)’의 일환으로, 건물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에너지 성능 규칙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을 넷제로로 만들고 2050년까지 탄소를 제거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집행위원회는 1년간 합의를 거쳐 오는 12월 14일 '건축물 에너지 성능에 관한 지침(EPBD)'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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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2030년 1월 이후 짓는 모든 신축 건물은 탄소중립 건물이어야 한다. 탄소중립 건물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소량의 에너지로 고도의 에너지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이 소유하거나 새로 짓는 건물은 2027년 1월부터 적용된다. 기존 건물에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리모델링을 촉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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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위치한 다비타 의료 그룹인 선포트 헬스케어 센터는 D/P/S가 설계한 고성능 에너지 효율 빌딩 사례 중 하나다. /D/P/S

건물은 탄소배출의 주요 원천이고 한번 건축되면 장기적으로 사용되는 특성 때문에 주요 탄소 감축원 중 하나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건물은 EU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40%, 에너지 부문 탄소배출의 36%를 차지한다.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의 80%는 난방, 냉각, 온수에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 75% 건물의 너지 비효율 건물로 알려졌다.

개정하는 EPBD에 따르면, 각 회원국은 2050년까지 공공·민간 주택·비주거 건물에 대한 에너지 고효율 및 탄소중립 전환을 촉진하는 '리노베이션 행동계획(Renovation Action Plans)'을 작성해야 한다. 2025년 1월 1일까지 행동 계획을 제출하고, 이후에는 5년 주기로 제출한다.

행동계획에는 자국 내 건물 현황, 연간 에너지 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저효율 건물 분류, 리노베이션 장애요인 평가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건물 형태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리노베이션 비율 및 에너지 소비량 목표, 관련 당국의 지원 조치를 담아야 한다. 단기, 중기, 장기 계획에 해당하는 2030년·2040년·2050년 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EPBD의 중심에는 최저 에너지 성능 기준(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s, MEPS)이 있다. MEPS는 에너지 비효율적 건물을 진단하는 기준이다. 2027년 1월까지 모든 상업용·공공 건물은 MEPS에 따라 최소한 F등급을 받아야 하고, 2030년 1월 1일까지는 E등급에 도달해야 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의무적으로 리모델링을 시행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2026년 말까지 250㎡ 이상의 모든 신규 공공 및 비주거용 건물에, 그리고 2029년 말까지 모든 신규 주거용 건물에 태양에너지 설비를 배치한다는 요건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존 건물의 리모델링을 촉진하기 위해 리노베이션 이력 및 탄소중립에 필요한 추가 리노베이션 항목 등을 담은 '리노베이션 패스포트'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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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과정에서 유럽 국가 간 이견 있어

다만, 합의 과정에서 국가 간 이견이 있었다.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은 EU 집행위원회의 목표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헝가리, 핀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는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EU 이사회는 회원국이 독자적인 궤적을 설정하게 허용하고, 몇몇 건물은 예외를 두고 상업용 건물은 범위를 제한하는 등 목표를 다소 낮춰 타협을 이뤘다.

최근 동유럽은 에너지 부족으로 갈탄·목재는 물론이고 불법 폐기물까지 태워 난방을 한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헝가리 북부 오즈드에 사는 50대 남성 졸탄 베르키 씨는 땔감 살 돈이 없어 나뭇가지나 오래된 축구화 등 폐기물을 태워 추위를 견딘다고 말했다. 월급이 500유로(약 70만원)인데, 한 달 치 땔감만 200유로(약 28만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헝가리 집권 여당 ‘법과 정의당’은 지난달 “난방을 위해 타이어를 제외한 모든 것을 태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역내 약 3100만명이 에너지 빈곤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개정안에도 에너지 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담았다. 리노베이션 행동계획에는 행정, 기술 및 금융지원과 에너지 빈곤 해소 등을 전담할 단일 창구를 설치해야 한다. 화석연료 보일러 금융지원 금지 등도 행동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요제프 시켈라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빌딩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에너지 빈곤을 완화할 수 있다”며 “건축물 개선은 상당한 에너지 절약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