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휴대폰, 태블릿, 카메라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아래 녹색 경제 전환을 뜻하는 EU 그린딜의 일환이다. 포장 패키지에 상품 구성 정보를 담은 디지털 제품 여권도 도입해 재사용과 재활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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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의회는 안드로이드용 기기 충전기에 주로 사용되는 USB-C 커넥터를 표준 충전단자로 통일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602표, 반대 13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휴대폰 뿐 아니라 충전식 카메라, 헤드폰, 휴대용 스피커, 비디오게임 콘솔 등 총 13가지 범주의 전자기기는 2024년 말부터 충전기를 통일해야 한다. EU의회는 2024년 말까지 무선 충전에 대해서도 공통 기준을 정하고, 2026년 봄부터는 노트북에도 USB-C 커넥터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EU 집행위의 마그레테 베스테거 부위원장은 “각 기기마다 다른 충전기를 살 필요가 없어 소비자들이 1년에 2억5000만유로(약 3500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휴대폰 충전기는 매년 약 1만1000톤의 전자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EU 의회보고서는 2019년 기준 애플 아이폰의 라이트닝 커넥터가 18%, USB-C 커넥터가 44%, Micro-B로 알려진 구형 USB 커넥터가 38%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으로 애플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USB-C 타입이 아닌 고유 충전 단자를 고수하면서다. 애플은 이번 법안 통과에 앞서 “혁신을 방해하고 많은 양의 전자 폐기물이 양산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애플 관련 루머로 유명한 마크 그루먼 블룸버그 기자는 "애플이 새로운 EU 법안에 따라 아이폰 및 자사 제품에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무선 퍼스트'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며 "향후 몇 년 안에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애플워치처럼 완전 무선 충전으로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 분석가는 “2023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15에 USB-C 포트가 탑재되는 것은 불가항력적”이라며 “모든 가전제품에 USB-C가 보급돼 있기 때문에 상식적인 결정”이라고 표했다.
EU의 규제는 전 세계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규칙 제정과 사업 관행에 EU가 미치는 영향력은 종종 ‘브뤼셀 효과’라고 불리는데, 이번 법안 또한 브뤼셀 효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여권으로 그린딜 이행 박차
EU는 6일 지난 3월 30일 통과된 디지털 여권에 포장을 포함한다고도 밝혔다. 디지털 여권은 모든 종류의 소비재에 사용되는 부품과 원재료의 출처를 추적하는 일종의 태그다.
디지털 제품 여권은 소비자들이 공급망을 따라 제품의 특징과 생산 방식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제품을 유통시켜, 지속가능하고 오래가는 제품으로 전환을 위해서다.
현지 언론 유로액티브에 따르면, 6월 29일 행사에서 유럽위원회 내부시장부 그웬올레 코지그 국장은 디지털 여권에 제품의 포장까지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포장 또한 시장에 출시된 제품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이기에 포장재가 어디서 왔는지 소비자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환경 발자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도 디지털 여권에 담겠다고 밝혔다.
코지그 국장은 “포장지 또한 제품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환경적 특성이므로 공급망이 추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장 관련 분야에서 특정 에코 디자인을 채택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디지털 여권은 배터리로도 확장됐다.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의 생애주기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전자시스템이다. 세계 배터리 동맹(Global Battery Alliance·GBA)이 2020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EU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배터리 규제 초안을 만들어 지난 3월 유럽의회까지 통과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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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규제 대상은 용량 2kWh 이상의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다. 재료 원산지와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인 탄소 발자국을 비롯해 ▲배터리 내구성 ▲배터리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이력 ▲재활용 이력 등을 '배터리 여권'에 기재해야 한다.
EU가 정한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도 충족해야 한다. 2025년까지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코발트와 구리, 납, 니켈의 90%, 리튬의 35%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EU는 2030년까지 코발트·구리·납·니켈의 95%, 리튬의 75% 이상으로 목표를 상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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