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상쇄 항공권 구매…진짜 효과 있을까?

2022-12-21     유미지 editor
항공 이용 요금에 탄소 배출 요금을 추가해 지불하는 것이 과연 탄소 배출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픽사베이 

지난 1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가 함께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의 미국인들이 항공권에 탄소배출량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미국인 중 38%는 이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으며,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48%로 증가했다. 실제로 요즘 항공권을 예약할 때 승객이 탄소 배출 상쇄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나무 심기 등의 탄소 배출권을 사용하는 항공사들도 있어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최근엔 이러한 그린워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항공사들의 움직임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아메리칸 항공은 비영리 단체인 쿨 이펙트(Cool Effect) 와 협력해 탄소 상쇄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은 항공편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델타항공은 넷제로 활동의 일환으로 제트 연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상쇄를 벗어나려는 많은 항공사들의 노력

대부분의 주요 항공사는 탄소 상쇄 외에도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많은 항공사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으며 기후 우선순위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및 보다 효율적인 항공기와 같은 옵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 델타, 이지젯(EasyJet)과 제트블루(JetBlue)와 같은 항공사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2020년과 이번 달에 국내선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 항공사는 최신 넷제로 탄소 정책 성명서에서 운영에서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것이 상쇄로 인한 기여보다 우선된다며 목표는 '필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소 항공기에 대거 투자하고 탄소 상쇄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소 배출량을 정량화 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항공편의 탄소 영향을 계산한 다음 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수수료를 결정하여 승객 항공편의 탄소 흔적을 최소화하거나 0로 만들 수 있는 요금을 결정한다. 비행에서 CO2 환산 배출량을 비행 마일 수와 승객 수로 나눈 값을 계산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CO2 에 해당하는 배출량은 식물, 나무 등의 바이오매스와 화석연료와 같은 유기물질이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탄소 생성물인 블랙카본, 메탄과 같은 지구 온난화 화학물질의 배출량에 각각 지구 온난화 잠재력(단위 질량당 화학 물질의 20년 또는 100년 동안의 온난화 비율과 이산화탄소의 비율)을 곱한 것이라는 게 스탠퍼드 대학의 토목 및 환경 공학과 교수인 마크 제이콥슨(Mark Jacobson)의 설명이다.

탄소 상쇄를 계산하기란 더 어렵다. 탄소 상쇄를 위해 나무 심기에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어떤 종류의 나무를 어디에 심을 것인지, 상쇄 자금이 재생 에너지인 경우 해당 프로젝트가 어떤 유형의 에너지 생성을 대체하게 될 것인지 하는 질문에서부터 상쇄 기금이 에너지 효율에 사용된다면 에너지 소비가 얼마나 탄소 집약적인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승객들이 일일이 확인하기란 어렵다.

환경에너지 연구소(Environmental and Energy Study Institute)의 책임자인 다니엘 브레셋(Daniel Bresette)은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계산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탄소 상쇄가 더 잘 규제되고 투명해질 때까지 여행자는 실사를 통해 비용과 이익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상쇄는 여행자가 어떤 기후 혜택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투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많은 수의 미국인들이 항공권에 탄소배출량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 모닝컨설트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심리도 관건

승객은 이제 탄소 상쇄에 대한 추가 항공료를 지불함으로써 자신의 비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존 티켓의 가격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선택 시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 

항공권 거래 및 여행 관련 사이트 스콧스 칩 플라이트(Scott’s Cheap Flights)의 설립자인 스콧 키스(Scott Keyes)는 ”여론 조사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대다수의 고객은 항공편을 예약할 때 탄소 상쇄에 대한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건너뛴다”고 전했다.

사실 비행 거리에 따라 탄소 상쇄 가격대는 비행기 표의 전체 비용에 비해 높지 않다. 아메리칸 항공의 단거리 항공편의 경우 10달러(약 1만 2900원) 미만에서 13시간 이상 항공편의 경우 최대 25달러(약 3만2000원)가 적용된다. 이 가격은 멕시코의 산림 재생, 인도네시아의 토탄 늪 복원, 온두라스의 가족을 위한 요리용 스토브 건설을 포함하는 아메리칸 항공의 탄소 상쇄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에 따른 것으로 톤당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항공편에 대한 오프셋을 3.59달러(약 4600원)로 측정했으며 가격은 항공기 유형, 기존 제트 연료 소비, 비행 거리 및 가정된 적재 계수를 기반으로 한다고 전했다.

키스는 ”사람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라며 식료품점에서 고객에게 자선을 위해 총액을 반올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을 예로 들었다. 소수는 ‘예’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대다수는 비슷한 이유로 거절할 것이라고 키스는 말했다.

실제로 루프트한자 그룹 CEO인 카스텐 스포르(Carsten Spohr)는 탄소상쇄 도구에 대한 수요 부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항공사는 승객의 1~2%만이 가장 저렴한 탄소 상쇄 옵션을 선택하는 것을 보았고 더 비싼 대안은 너무 적은 수의 고객이 사용하여 그들 모두에게 악수를 하며 맞이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이다.

키스는 항공 승객이 "탄소 상쇄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환경에 대한 의식을 유지하고 싶다면 여행할 때 더 저렴한 항공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비싼 항공사일수록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좌석 수가 적어 개인당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항공사 배출량에 대한 책임이 더 커지기 때문. 지속적으로 비행 비용을 초과 지불하면 항공사는 해당 경로에 대한 추가 항공편을 추가할 동기가 생기고 이에 따른 탄소 배출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