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밋액션 100+, 국내 4개 기업 넷제로 평가…ESG위원회 점검해야
- 삼성전자, 첫 평가 낙제점…전반적 개선 필요 - 한국전력, 유명무실한 ESG위원회 쇄신이 과제 - 포스코홀딩스, 정보공시 모범사례…단기 감축전략은 부재 - SK이노베이션, 유일하게 등급 개선…공정한 전환도 대비 중
클라이밋 액션 100+(이하 CA 100+)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넷제로 벤치마크 지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CA 100+는 기후 변화에 대한 세계 최대 투자자그룹으로 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168개 기업의 넷제로 목표와 이행 전략 등을 11개 지표로 평가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기존의 한국전력,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에 더해 삼성전자가 올해 첫 평가를 받았다. 평가 결과는 충족, 미흡(일부 충족), 부적합 등급으로 나타난다. 미평가는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평가는 2021년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의 컨트롤타워로 세운 이사회 내의 ESG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
삼성전자, 첫 평가 낙제점…전반적 개선 필요
삼성전자는 지표 11개 중 미흡 5개, 부적합 6개로 4개 기업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CA100+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 2050년 넷제로 목표, 2036년부터 2050년까지의 장기 목표를 세웠지만 스코프3 목표와 방법론이 결여되어 있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단기 감축 목표는 부재하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목표 이행 측면에서도 탈탄소화 전략, 자본 할당, 기후 정책 참여 활동, 공정한 전환 항목까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탄소집약도의 감축 수준은 미평가로 남아있다. 특히 최근 MS가 탈탄소화 전담팀을 세우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공급업체에 2030년까지 무탄소 전원을 사용하라는 요구를 하는 등 글로벌 협력사의 압박 수위가 커지고 있어 낮은 평가를 받은 탈탄소화 전략 등을 빠르게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거버넌스와 공개 항목은 미흡 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회사의 기후변화 관련 이슈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이사회를 보유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임원들이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임원 보상 제도에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성과 요소가 통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정보 공개도 미흡을 받았다. 상세항목으로 삼성전자는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권장사항이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 프레임워크와 같은 글로벌 공시 표준에 기반한 정보 공개를 하고 있기에 충족 판정을 받았다. 회사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과 결과를 공개했지만, 파리협정에서 합의했던 지구온도 1.5°C 상승 제한 시나리오에 부합한 분석은 아니라는 점에서 부적합을 받았다.
한국전력, 유명무실한 ESG위원회 쇄신이 과제
한국전력은 충족 1개, 미흡 6개, 부적합 4개를 받았다. 이번 평가에서는 기후 거버넌스 항목의 등급이 하락했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는 2050년 넷제로 목표가 충족을 받았다. 스코프3 영역이 아직 미평가로 된 상태로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장기 목표는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에 맞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미흡 판정을 받았다.
한전은 기후 거버넌스 항목 평가가 미흡에서 부적합으로 떨어졌다. 이 항목은 지난해에도 적합에서 미흡으로 떨어진 바 있다. 한전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와 ESG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CA 100+는 세부항목 전체를 부적합으로 판정했다. 이사회가 기후와 관련해 어떠한 감독 권한과 역량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 외에 기후 정책 참여와 공정한 전환은 부적합을 받았다.
기후 공시는 미흡이다. 정보 공개가 글로벌 정보 공시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기후 관련 시나리오 분석을 실행하고 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 한전은 지난 5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다량의 오류들이 발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정보공시 모범사례…단기 감축전략은 부재
포스코홀딩스는 충족 3개, 미흡 5개, 부적합 3개로 점수를 유지했다.
2050년 넷제로 목표와 장기 감축 목표는 조건을 충족했다. 중기 목표는 1.5도 경로에 부합하지 않아 미흡, 단기 기준은 부적합을 받았다.
이는 포스코홀딩스가 주요 탈탄소 전략으로 수소환원제철을 채택하고 단기 감축 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으로 해석된다. 녹색철강은 정부 지원 부족과 느린 기술 개발 속도로 상용화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 공개는 포스코홀딩스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이 회사는 글로벌 공시 기준에 맞춘 정보 공개와 기후 시나리오를 활용과 관련한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 특히 1.5도 시나리오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포스코홀딩스가 정보 공개를 잘하는 이유로는 오너가 없는 기업으로 정보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버넌스는 미흡을 받았다. 이사회는 기후에 관해 명확한 감독권을 가졌으며, 이사회의 역량을 평가하고 결과를 보고했다는 점에서 충족을 받았다. 다만, 역량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고 기후변화가 임원의 성과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점수를 낮췄다.
기후 정책 참여와 공정한 전환 항목은 부적합, 탈탄소화 전략과 자본 할당은 미흡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 유일하게 등급 개선…공정한 전환도 대비 중
SK이노베이션은 충족 1개, 미흡 9개, 부적합 1개를 받았다. 이 회사는 유일하게 등급이 올랐다. 개선된 평가 지표는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자본 할당이다. 단기 목표는 지난해 부적합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미흡으로, 자본 할당은 부적합에서 미흡으로 올랐다.
2050 넷제로 목표는 스코프3가 포함되지 않아서 미흡이다. 장기, 중기, 단기 감축목표는 스코프3 미포함과 1.5도 경로에 부합하지 않음으로 모두 미흡을 받았다. 자본 할당의 점수가 높아진 이유는 전년도에 투자한 기후 솔루션에 대한 지출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보유 자산의 탈탄소화 계획은 여전히 부재한 것으로 평가됐다.
거버넌스는 미흡이다. 이사회의 감독권한은 명확하고 기후 변화의 성과요소를 임원 보상에 연계한 성과 지표도 마련해 기준을 충족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산하에 전략⋅ESG위원회를 운영하며 CEO 핵심성과지표(KPI)를 사전 검토하고 이사회가 최종 의결한다. 진척도는 연중 중간 점검과 연말 잠정 평가로 진척도를 평가한다. 다만, CA 100+는 이사회의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후 공시 부분은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충족을 받았다. 공정한 전환은 4개 기업 중 유일하게 부적합이 아닌 미흡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근로자 재교육과 재배치, 보상 등의 노력과 공정한 전환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