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2050년 탄소시장 규모 4300조원…그린잡은 50배 증가 전망
- 아세안 시장 성장 전망...REDD+ 40조원·블루카본 140조원·바이오차 205조원 - 탄소 크레딧 발행량 5배 확대…그린잡은 50배 증가 전망 - 규제 프레임워크부터 인력양성까지...탄소시장 고도화 6대 과제 제시
아세안(ASEAN)이 역내 탄소시장 활성화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3조달러(약 4311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규제체계 강화와 표준화, 제도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REDD+ 40조원·블루카본 140조원...산림·해양자원이 새로운 성장동력
아세안(ASEAN)이 4일 발표한 '아세안 탄소시장 기회' 보고서는 역내 탄소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분석했다.
우선 REDD+(산림 전용·황폐화 방지) 시장은 아세안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2050년까지 연간 270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REDD+는 개도국의 산림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활동을 말한다. 전체 국토 면적의 47%가 산림 생태계로 이뤄진 아세안은 2001년부터 2019년까지 61만 제곱킬로미터의 산림이 손실된 만큼, 산림 보전을 통한 탄소감축의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블루카본 시장은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의 35%를 보유한 아세안의 강점을 활용해 2050년까지 연간 96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맹그로브 숲, 염습지, 해초 서식지 등 연안 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은 육상 산림의 최대 5배에 달하며, 이들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통해 상당한 탄소 크레딧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차 사업은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분야로, 2050년까지 연간 1430억달러(약 20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세안은 2022년 기준 1억9550만톤의 벼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쌀 생산지 중 하나로, 농업 부산물과 산림 잔재물을 활용한 바이오차 생산 잠재력이 막대하다고 전망됐다.
탄소 크레딧 5배 확대…그린잡은 50배 증가 전망
보고서는 2050년까지 예상되는 3조달러의 경제효과가 여러 경로를 통해 실현될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이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현재 아세안의 탄소크레딧 발행량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2억3300만톤으로 전 세계의 7%에 불과하지만, 제도 정비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톤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탄소시장 성장은 약 137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아세안 탄소 프로젝트들이 창출한 일자리가 2만7000개임을 감안하면, 50배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이는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 모니터링, 검증 등 직접 일자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과 연계된 간접 일자리까지 포함한 수치다.
탄소시장은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탄소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계 서비스가 개선되고 지역 주민의 소득이 증가하며, 이는 다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특히 REDD+와 블루카본 프로젝트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부가적 혜택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아세안의 설명이다.
규제 프레임워크부터 인력양성까지...탄소시장 고도화 6대 과제 제시
보고서는 아세안의 탄소시장 잠재력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담았다. 우선 투자 유치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프로젝트 승인절차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세안 국가들은 탄소 프로젝트 승인 과정이 불명확하고 국가마다 상이해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서양식을 통일하고 처리기한의 명시, 담당 연락처 지정 등 행정절차를 표준화하고 탄소자산의 법적 소유권을 명확히 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확보도 당면 과제로 제시됐다. 아세안은 탄소시장을 전담하는 정부기관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 기관은 국가별 탄소시장 운영을 총괄하고 아세안 차원의 협력 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 더불어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탄소시장 메커니즘 과정을 모델로 삼아 회원국 대학들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세안 차원에서는 REDD+, 블루카본 등 주요 프로젝트 유형별 실무그룹을 구성해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핵심이다. 보고서는 국제 신용표준기구들과 협력해 아세안 특화 방법론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쌀 재배 과정의 배출 저감이나 맹그로브 숲 복원 등 아세안의 특성을 반영한 방법론을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발하면 크레딧의 국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 창출을 위한 제도 도입도 구체화했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상쇄제도인 CORSIA에 주목했다. CORSIA는 2026년까지 최대 2억4400만톤에 해당하는 탄소 크레딧의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세안이 고품질의 크레딧 공급망을 구축하면 역내 항공사들이 탄소 감축 의무를 이행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회원국들이 배출권거래제나 탄소세 도입 시 역내 크레딧 활용을 허용하면 안정적 수요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협정 제6조를 활용한 국제협력도 구체화했다. 보고서는 아세안이 하나의 다자간 협정을 통해 해외 감축분(ITMO) 이전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개별 회원국이 각각 양자 협정을 맺는 대신 아세안이 공동 협상하면 행정 비용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우선 회원국 간 상호 인정 체계를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역외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2023년 출범한 아세안 탄소포럼을 정례화하고 회원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한편, 탄소시장 성과를 인정하는 시상 제도 도입 등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