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Ti, 기업 넷제로 표준 2.0 개정안 추가 협의...전문가 워킹그룹 구성
- 5개 분야 전문가 그룹 구성...3월 중 초안 공개 - SBTi, 탄소상쇄 기준 개정 착수...기업 이탈·ISO 표준 부상 위기감
기후 목표 검증기관인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기업 넷제로 표준 2.0 개발에 속도를 낸다. SBTi는 10일(현지시각) 표준 개정을 위한 5개 전문가 워킹그룹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중에 첫 초안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트레이시 와이먼 SBTi 최고임팩트책임자(CIO)는 "넷제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침은 명확해야 한다"며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기업들의 기후 행동을 가속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표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5개 분야 전문가 그룹 구성...3월 중 초안 공개
SBTi는 과학계, 학계, NGO,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전문가 그룹을 꾸린다. 각 그룹은 최대 20명으로 구성되며, 전문성을 고려해 추가 선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지원은 2월 28일까지 받을 계획이다.
전문가 그룹은 ▲스코프 2(전력 관련) 배출 ▲스코프 3(간접) 배출 ▲탄소 제거 ▲지속적 배출과 가치사슬 외 감축 ▲데이터 품질·보증·클레임 등 5개 핵심 분야를 검토하게 된다. 3월 초안 공개 후에는 최소 60일간 공개 협의를 진행하고, 수정안에 대한 시범 적용과 2차 협의도 이어진다.
알베르토 카릴로 피네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21년 첫 표준 출시 이후 1500개 이상의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수립했다"며 "그동안 수집된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욱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기업 규모와 지역별 맞춤형 기준이 담긴다. 중간 목표 이행 상황 공개와 지속적 개선을 위한 목표 설정 방안, 주요 공시 프레임워크와의 연계성도 강화된다.
SBTi, 탄소상쇄 기준 개정 착수...기업 이탈·ISO 표준 부상 위기감
SBTi가 기업들의 이탈과 대체 표준의 부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표준 개정에 나섰다. SBTi는 10일(현지시각) "(기후에 대한) 야망을 타협하지 않으며, 동시에 효과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개정안 표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트렐리스에 따르면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현행 표준의 엄격한 탄소상쇄 제한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재는 전체 배출량의 10%만 상쇄를 허용하는데, 많은 기업이 스코프3 배출 감축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SBTi 이사회는 탄소상쇄크레딧의 허용 수준 확대를 검토했다. 하지만 상쇄의 실제 효과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내부 기술 보고서가 나왔고, 즉각적인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내부 거버넌스가 흔들리고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SBTi 이사회가 직원들의 반대에도 상쇄크레딧 사용 허용 방침을 고수하자 일부 직원들이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루이스 아마랄 CEO가 취임 2년 만에 사임하게 됐다. 후임으로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창립 CEO인 데이비드 케네디가 취임할 예정이다.
대규모 기업 이탈과 후원 중단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284개 기업이 탄소중립 서약을 취소했으며, 주요 후원자였던 베이조스 어스 펀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베이조스 펀드의 1800만달러(약 262억원) 지원금은 지난 12월 종료됐으며, 현재는 2026년까지 이케아 재단의 1800만달러 보조금이 주요 자금원으로 남아있다.
새로운 경쟁 표준도 등장한다. 2025년 말 출시 예정인 국제표준화기구(ISO)의 넷제로 표준이 SBTi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렐리스는 ISO의 글로벌 표준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탈한 기업들의 ISO 표준 채택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