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베이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 이하 베이조스 펀드)가 글로벌 기후 기준 설정 기관인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이하 SBTi)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조스 펀드의 SBTi에 대한 지원 중단에 대해 베이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기업들, 트럼프와 관계 개선…기후 공약 후퇴?
이번 결정은 지난해 SBTi 내부에서 베이조스 펀드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다, 베이조스 펀드와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가 기업들의 탄소 상쇄 활용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SBTi의 정책 변화를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베이조스 펀드 측은 이에 대해 "SBTi의 정책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탄소 상쇄와 관련해 특정 입장을 조정하려 한 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FT에 따르면, 두 명의 관계자는 베이조스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펀드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표현하며 기후 대응 정책을 비판해 왔다.
베이조스를 비롯해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 등 주요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은 반독점 규제와 AI 규제 완화 등의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술 억만장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기후 문제에 나설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 단체,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펀딩 영향 주시
지난주 사임을 발표한 베이조스 펀드 CEO 앤드류 스티어(Andrew Steer)는 4년간 베이조스 펀드를 이끌며 “기후 관련 단체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베이조스 펀드가 총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지원했다고 밝히며, 주류 환경 단체 내에서 여전히 자본주의와 탄소 시장 자체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조스 펀드는 그동안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 등 여러 환경 단체를 지원해 왔다. WRI는 베이조스 펀드와의 협력을 기존 방식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WRI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 동결 등이 기후 기금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SBTi 또한 베이조스 펀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금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이조스 펀드는 2021년 SBTi에 1800만달러(약 260억원)를 지원하는 등 주요 후원자로 활동해 왔다.
SBTi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루이스 아마랄(Luiz Amaral)은 탄소 상쇄 정책을 둘러싼 내부 갈등 끝에 지난해 사임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EY 파트너인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가 올해 2분기부터 취임할 예정이다. SBTi의 한 관계자는 케네디가 조직의 규모와 자금을 받을 후원처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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