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기후변화 백래시...美기업들 웹사이트서 기후변화 지운다

2025-03-18     송준호 editor

미국 대기업들이 자사 웹사이트에서 기후변화 관련 언급을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기후 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그린허싱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스미스 기업환경 연구소의 벤 칼데콧 교수는 “기업들이 환경 노력을 축소하는 그린허싱 현상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 영국의 공동 사무총장 아리바 하미드는 "기업들이 웹사이트에서 기후 관련 언급을 지우고 희석시키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비자와 직원들은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공기는 더 오염되고 물은 더 더러워지며 제품 가격은 더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임팩트온

 

월마트·크래프트 하인즈, 기후변화 관련 문구 없애

FT의 분석에 따르면, 월마트와 크래프트 하인즈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웹사이트에서 기후변화 관련 문구를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이는 공화당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철회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월마트는 "기후변화 해결에 깊이 전념하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월마트는 지난해 웹사이트에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다. 지금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는 악화될 뿐이며, 결과는 이 세대와 미래 세대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이 문구들은 모두 사라졌고 웹페이지 내용은 대폭 축소됐다. FT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월마트는 웹페이지에서 "운영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공급망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는 내용만 남겨뒀다. 

크래프트 하인즈도 올해 1월 과학기반감축목표(SBTi)를 기재한 웹페이지를 수정했다. 2030년까지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삭제됐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성명을 통해 "웹페이지가 최신 ESG 보고서에 따라 업데이트됐으며, 넷제로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와 포드도 환경 약속 후퇴…항공·자동차·식음료까지 그린허싱 확산

그린허싱은 월마트나 크래프트하인즈 같은 소비재 기업을 넘어 항공·IT·자동차·식음료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이 관측된다. 

아메리칸항공은 지난해 7월 기후변화 웹페이지에 "저탄소 전환은 긴급한 의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문구를 게재했으나, 미국 대선이 실시되기 전인 11월에 이를 삭제했다. FT는 아메리칸항공이 "웹사이트가 최신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언어로 새롭게 단장됐다. 웹사이트가 보여주듯이 우리의 지속가능성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술 대기업 메타는 지속가능성 웹페이지에 "기후변화에 앞장서고, 과감한 기후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을 게시했다가 최근 삭제했다. 메타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문구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자동차 기업인 포드는 지난해 영국 지속가능성 웹페이지의 상단에서 “기후변화 행동 목표”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하단에만 남겨놨다. 

코카콜라는 작년 12월에 폐기물 관련 환경 목표를 완화하고 이를 지속가능성 웹페이지에 올렸다

유럽 기업가에서도 이런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네슬레는 제조 현장의 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담은 차트와 식목 활동 내용을 기후변화 웹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네슬레는 해당 정보는 웹사이트의 다른 섹션에 게시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보조금 끊길라... 비영리단체들도 용어 삭제 러시

비영리단체들도 웹사이트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비영리단체의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기후변화 관련 페이지를 전면 삭제했다고 FT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을 통한 전 세계적인 인도주의 지원과 개발 사업의 자금을 동결하는 정책을 지지했다. 트럼프 정부는 6일(현지시각) USAID의 직원을 1만 명에서 294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USAID는 연간 예산이 428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개발협력 기구다. 

비영리단체 사이에서는 이에 따라 기후 관련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다른 명칭으로 재브랜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후변화가 아닌 식품이나 물 관련 사업으로 초점을 바꾸는 방식이 대표적인 경향으로 나타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내부 관계자는 “USAID가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이미 프로젝트를 재브랜딩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FT에 전했다. 그는 "기후변화보다는 회복력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표현은 지금 황소 앞에 붉은 천을 들이미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