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기후 대응 메시지를 자제하는 ‘그린허싱(Green-hush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기업들이 탄소 감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 대신 일자리 창출, 제조업 활성화, 에너지 독립 등 새 행정부의 기조에 맞춘 메시지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기술 기업도 기후 대응보다 경제 성장·일자리 창출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기후 자금을 지급 중단했으며, 환경부처 인력을 해고하는 등 강경한 기조를 보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국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관련 언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태양광 패널용 고효율 유리를 생산하는 미국 스타트업 케일럭스(Caelux)의 최고경영자(CEO) 스콧 그레이빌(Scott Graybeal)는 트럼프 재선 이후 자사의 기여도에 대해 지속가능성 외적인 요소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는 일자리 창출, 국내 제조업 육성, 에너지 독립과 같은 새로운 행정부의 우선 순위에 맞춰 설명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조작이 아니라 사실”이라며, “어떤 메시지든 청중에 맞춰 가장 효과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니퍼 홀름그렌(Jennifer Holmgren) 란자테크(LanzaTech) CEO 역시 정치적 변화를 고려해 기후 대응보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로 조정하고 있다. 그는 “기후 변화라는 단어 자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란자테크는 탄소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국 벤처 캐피털 회사 보이저(Voyager)에서 기후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매튜 블레인(Matthew Blain)은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후 관점에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말하는 데 점점 더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기후 변화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에드워드 마이바흐(Edward Maibach) 교수는 “기업들이 특정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친환경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 잡아 화석연료 시대를 빠르게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그린워싱 우려가 그린허싱으로 이어져
한편, 유럽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우려한 기업들이 기후 관련 홍보를 축소하고 있다. 영국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그린워싱 혐의로 영국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었으며,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유니레버는 기후 목표를 완화한다고 발표했으며, 당시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유니레버 주주는 “경영진이 그린워싱 조사를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서치 회사 커넥티드 임팩트(Connected Impact)가 공시 자료와 홍보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영국 100대 상장사 중 63개 기업이 환경 보호 활동을 과소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그린워싱 혐의가 확인되면 회사의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커넥티드 임팩트의 CEO 루시 월튼(Lucy Walton)은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그린워싱을 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실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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