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호주 제련업계...글렌코어·리오틴토, 정부에 긴급 지원 요청

2025-06-24     송준호 editor

호주 최대 광업·제련업체들이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너지 전환기에 전력비 급등으로 제련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핵심광물 강국' 정책과 산업 구조조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FT는 전했다.

호주 정부는 2023년 6월에 2030년까지의 핵심광물 전략을 공개하고, 광물을 가공하고 정제하는데 70억호주달러(약 6조원) 상당의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임팩트온

 

글렌코어·리오틴토 등 대형 제련소 '생존 위기'

다국적 광업회사 글렌코어는 20일(현지시각) 전례 없는 제련시장의 상황과 에너지·가스·인건비 등 고비용, 구리 정광 부족이 결합돼 퀸즐랜드주에 위치한 마운트 아이사 구리 제련소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광업회사 리오틴토도 같은 날 최대주주로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 토마고 알루미늄 제련소가 주 전체 전력의 10%를 사용하는 에너지 집약적 시설로, 급등한 전력비용과 느린 에너지 전환 속도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리오틴토는 태즈메이니아주에 있는 수력발전 기반의 알루미늄 제련소마저 '중대한 불확실성'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트라피구라는 남호주 아연 제련소를 검토 대상에 올리며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제련소들의 국유화를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호주 정부는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팀 에어스 호주 산업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각) 마운트 아이사를 방문해 글렌코어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에어스 장관은 "마운트 아이사 구리 제련소가 폐쇄되면 이 제련소에 의존하는 다운 스트림 시설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도 토마고 알루미늄 제련소에 수십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보조금 딜레마, 전환기 산업 보호 vs 생산성

정부는 기업들의 구조 요청에 따라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가 제련업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을 지원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책적 딜레마가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주 캔버라에서 한 연설에서 "경제를 이끄는 것은 민간부문이다. 공공부문은 민간부문 활동과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친기업 메시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환경 목표와 산업 정책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해 혼선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글렌코어와 리오틴토 등의 제련기업들은 탈탄소 전환으로 전력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공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 광업회사 임원은 FT에 "정부가 호주를 핵심광물 강국으로 만들어 자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고려할 때, 어려움을 겪는 제련산업을 어떻게 지원할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지원이 없으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경쟁력을 잃은 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호주 컨설팅 기업 코리나 이코노믹 어드바이저리(Corinna Economic Advisory)의 사울 에슬레이크 대표는 "앨버니지 정부는 제조업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제를 요청하는 대기업들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정부 지원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개혁 자문기구인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의 다니엘 우드 위원장은 호주 예산 압박을 고려할 때 기업 지원 조치들이 다른 지출을 삭감하거나 세수를 늘려서 상쇄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