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GM도 ‘멈춤’… 美 ESG 보고서 급감, CSRD·캘리포니아 앞두고 전략 조정
2025년 상반기 미국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성 미디어 서스테이너빌리티 매거진은 22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이 이를 ESG의 포기가 아닌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적 재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도비·우버·GM까지...주요 기업들 잇따라 보고서 발행 연기
비영리 기업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가 ESG 데이터 분석업체 이에스게이지(ESGAUGE)와 함께 미국 최대 기업 3000곳(매출 기준)을 분석한 결과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러셀3000 지수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행한 곳은 43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831곳) 대비 52% 감소한 수치다.
2024년 상반기에는 보고서를 발행했으나 올해 아직 발행하지 않은 기업으로는 어도비, 씨티그룹, 제너럴모터스(GM), 마스터카드, 우버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발행 감소의 주요 원인은 글로벌 규제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캘리포니아주 기후 공시 법안(SB 253, SB 261)이 향후 12~24개월 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기업들이 의무 공시 프레임워크 준수 방안을 검토하며 자발적 공시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 정책 환경 변화로 ESG 관련 발언으로 인한 법과 평판 위험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컨퍼런스보드의 거버넌스·지속가능성센터 앤드루 존스 수석연구원은 "올해 미국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며 "새 행정부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대해 다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위험 요소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신중해진 기업들…ESG 후퇴 아닌 전략적 재조정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ESG로부터의 후퇴가 아닌 전략적 재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존스 연구원은 "많은 기업이 앞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업들은 규제 환경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으며, 특히 DEI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 동종업계와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ESG 관련 활동은 지속하면서도 대외 공개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업체 에코바디스가 매출 10억달러 이상 미국 기업 경영진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7%가 올해 지속가능성 노력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거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1%는 투자를 늘리면서도 대외 홍보는 줄이고 있으며, 8%는 공개적 언급을 중단했지만 투자는 계획대로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컨퍼런스보드가 지난 5월 ESG 담당 임원 1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기업들이 ESG 관련 소통 방식을 재검토하고 추가적인 내부 검토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후 분야가 향후 면밀한 검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 분야 1위로 나타났다.
존스 연구원은 "자발적 보고를 일시 중단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성 공시는 여전히 필수"라며 "고객, 직원, 투자자, 지역사회, 공급업체가 규제 의무와 관계없이 계속 이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속가능성 보고가 규제 대응과 위험 관리 기능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우선순위, 법적 의무, 중요 위험을 경영에 잘 반영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