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펜실베이니아 공장 폭발…제철업 좌초자산 우려 재조명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US스틸의 클레어튼 코크스 공장에서 11일(현지시각) 오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이번 사고로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수색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북미 최대 코크스 제조시설인 이 공장은 약 1400명이 근무하는 US스틸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2009년 이후 네 번째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만성적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재 앨러게니 카운티 화재청이 폭발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연방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도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20개 응급의료 기관과 14개 소방서가 현장에 투입돼 구조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최대 코크스 공장서 대규모 폭발…10여 명 부상
앨러게니 카운티 응급서비스에 따르면, 폭발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10시 51분경 공장의 코크스오븐 배터리 13번과 14번에서 발생했다. 코크스오븐은 석탄을 고온에서 구워 제철용 코크스를 만드는 시설로, 여러 개의 오븐이 일렬로 배치된 것을 배터리라고 부른다. 폭발 직후 여러 차례 추가 폭발이 이어졌으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인근 지역에서도 폭발음과 진동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앨러게니 카운티 경찰 대변인 빅터 조지프는 "인근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대규모 폭발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최소 5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여러 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되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피츠버그 남쪽 약 32km 지점 머논가힐라강변에 위치한 이 공장은 연간 430만 톤의 코크스를 생산하는 미국 최대 규모 시설이다. US스틸의 펜실베이니아주와 인디애나주 공장에 원료를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다.
스콧 버키소 US스틸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폭발 전까지 해당 배터리들은 정상 작동 상태였다"며 "직원들이 신속한 구조 작업을 벌여 부상자들을 구해냈고 가스 공급을 차단해 현장을 안정화시켰다"고 말했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소셜네트워크 SNS를 통해 "클레어튼 지역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조하며 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15년간 4차례 사고 발생…환경단체 "운영 재검토 필요"
클레어튼 코크스 공장은 석탄을 고온에서 구워 제철용 코크스를 만드는 시설로, 이 과정에서 메탄과 일산화탄소 등 독성 가스가 발생한다. 이 공장은 지난 15년간 반복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2009년 9월, 32세 정비공이 폭발로 사망했고, 2010년 7월에는 또 다른 폭발로 직원 14명과 하청업체 직원 6명이 다쳤다. 2014년에는 작업자 1명이 참호에 빠져 화상을 입고 숨졌으며, 올해 2월에도 소규모 폭발이 발생해 2명이 응급처치를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010년 사고 후 US스틸과 하청업체에 17만5000달러(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US스틸은 이의를 제기하여 합의를 통해 벌금 규모를 낮췄다.
환경오염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 화재로 오염방지 설비가 손상되면서 황산화물이 대기 중으로 누출됐고, 인근 주민들이 수 주간 호흡곤란을 호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US스틸은 2019년 850만달러(약 118억원), 2024년에는 1950만달러(약 271억원)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환경단체 펜엔바이론먼트(PennEnvironment)의 데이비드 마서 전무이사는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클레어튼 공장이 계속 운영될 자격이 있는지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철업계 '좌초자산' 우려 확산…안전사고가 ESG 리스크 가중
이번 US스틸 폭발 사고로 제철업계의 좌초자산 위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운영비용 증가와 환경 규제 강화가 맞물려 화석연료 기반 자산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제철업계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외 화석연료 자산 재편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롱뷰 원료탄 광산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며 2202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대형 화재 사고 이후 복구 비용과 향후 수익성을 종합 검토한 결과다. 베트남 몽중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자산에서도 기후 정책 강화 가능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1160억원의 손상차손을 처리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셰브론은 지난해 4분기 리스크 평가를 통해 약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캐나다 오일샌즈와 알래스카 유전 등에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유가 하락과 함께 안전사고나 환경오염 사고 발생 시 천문학적 복구비용과 소송 리스크가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