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추진하던 원료탄(코크스) 광산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사업성 악화와 ESG 리스크를 종합 고려한 결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롱뷰(Longview) 광산 운영사인 합작법인 NCR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파산보호금융(DIP) 조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롱뷰 광산은 2024년 6월 대형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후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NCR의 22.0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분 철수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사실상 경영 철수로 보고 있다.
이미 포스코는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롱뷰 광산 사업과 관련해 2202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해당 자산이 향후 경영 활동에 기여하기 어렵다고 판단, 장부상 자산가치 일부를 미래 손실로 회계 처리한 것이다.
미국 롱뷰 광산 자산 외에도 포스코는 2024년 4분기 실적에서 베트남 몽중(Mong Duong)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자산에 대해 116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추가로 반영했다. 향후 석탄발전 수익성 저하와 기후 정책 강화 가능성을 감안해 선제적 자산 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발전소는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2024년 한 해 미국, 베트남 등 주요 거점에서 고탄소 기반의 수익성 및 ESG 리스크 평가에 기반한 구조조정 작업과 맞닿아 있다. 화석연료 기반 자산이 환경 규제 뿐 아니라 향후 유지보수 등 투자 대비 기대 수익이 낮은 ‘저수익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해외 화석연료 자산, '회복 불능' 판단 잇따라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화석연료 자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셰브론은 2024년 4분기 실적에 약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손상차손 및 구조조정 비용을 반영했다. 캐나다 아소바스카 오일샌즈(Athabasca Oil Sands), 알래스카 북극권 유전·파이프라인, 미국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 내 셰일 사업 일부 축소가 핵심 조치다. 수익성 악화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동시에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볼 수 있다.
셰브론의 셰일 사업 축소 배경에는 유가 하락과 셰일 특유의 고비용 구조가 있다. 셰일은 시추 후 단기간에 생산이 가능한 장점이 있으나, 생산량 감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유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작업이 필요하다. 이 방식은 매장층을 따라 새로운 유정(drilling pad)을 꾸준히 뚫어야 하므로, 시추 장비·물·화학물질 등 투입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장기 수익성이 낮고, 유지비용이 높은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전쟁 특수 이후 하향 안정세로 전환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원유 재고 증가로 2024년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자, 에너지기업들은 투자 확대 대신 자본 효율성과 현금흐름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셰브론은 2025년 자회사 기준 설비투자(CapEx)를 약 145억~155억달러(약 20조~21조원)로 책정했다. 이는 2024년 자회사 CapEx 추정치인 약 165억달러(약 22조원) 대비 최대 20억달러(약 3조원) 줄어든 수준이다.
핵심 생산거점인 퍼미안 분지 투자 규모도 2024년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약 45억~50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축소됐다. 생산 확대보다는 현금 흐름과 자본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금융권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ING, 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이 기후 대응 부족을 이유로 실제 소송에 직면한 가운데, 런던정경대(LSE)는 “은행들이 기후 소송을 단순한 평판 리스크로만 간주하고 있다”며, 향후 자본요건 상향이나 손실충당금 확대 등 직접적인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부터 은행의 감독평가(SREP)에 기후 및 환경 리스크를 공식 반영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고탄소 산업에 대한 전환 계획까지도 자본요건 판단 기준에 포함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8일 개최된 임팩트온 ‘온포럼(ON Forum)’에서 연사로 나선 애런 윤(Aaron Yoon)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공급망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으로 주주가치(shareholder value) 창출 효과가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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