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멈추고 규제 수사까지…캘리포니아 EV 정책, 사면초가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1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가 연방 의회가 무효화한 전기차(EV) 규정을 계속 집행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미 하원, 캘리포니아 ‘무효화된 내연차 금지’ 집행 의혹 조사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캘리포니아주가 6월 12일 의회검토법(CRA)으로 무효화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정을 여전히 시행하고 있다며 이는 연방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의회검토법은 미국 의회가 행정부가 제정한 규칙이나 행정입법을 일정 기간 내에 검토하여, 다수결로 해당 규칙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이다.
CRA로 무효화된 규정은 ▲첨단 친환경 자동차 II(ACC II) ▲첨단 친환경 트럭(ACT) ▲옴니버스 저질소산화물(Omnibus Low NOx) 등 3개다. 이 규정들은 사실상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 내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방 청정대기법 209조에 따르면 주정부가 자체 배출 기준을 시행하려면 환경보호청(EPA)의 면제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CRA로 이 면제가 무효화된 상황이다.
위원회는 캘리포니아가 이를 조용히 계속 집행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를 제시했다. CARB의 온라인 차량 승인 기록을 분석한 결과, 법이 무효화된 6월 12일 이후에 승인된 2026년형 차량들이 모두 ACC II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들이었다는 것이다.
거스리 위원장은 "CARB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ACC II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2026년형 차량에 대한 캘리포니아 판매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무효화된 규정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으로 연방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사실관계를 더 파악하기 위해 CARB에 ▲차량 승인·인증 기록 ▲규제 집행 관련 내부 지침 ▲자동차 제조사와의 서신·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10영업일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뉴섬 주지사의 EV 보조금 약속, 9월 종료 앞두고도 '조용'
캘리포니아주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정과 함께, 또 다른 EV 전환 주요 규제인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EV 세액공제를 9월 30일 종료시키기로 했지만,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해 강력히 약속한 주 자체 보조금 프로그램은 여전히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하면 주 보조금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캘리포니아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제공해 왔다.
주지사실은 공언과는 달리 연방세액공제의 종료 시점을 7주 앞둔 현재까지도 주 의회에 구체적인 향후 집행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주지사실 내부에서는 연방 세액공제와 동일한 금액인 7500달러를 지원할지, 더 낮은 금액을 제공할지 등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만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세액공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에는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는 올해 통과시킨 3210억달러 예산에는 EV 세액공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규 예산 외에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잠재적 재원으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수익이 거론된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해당 수익의 사용처에 새로운 무공해 차량 인센티브를 포함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당 재원 역시 고속철도와 산불 대응 등에 이미 상당 부분 배정돼 있어, 단기간 내에 대규모 EV 보조금을 재개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연방 보조금이 만료되기 전 3분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상승하는 '막판 특수'를 예상하지만, 4분기 이후에는 판매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무공해교통협회의 코리 캔터 책임 연구원은 "주정부의 대안 계획 발표가 없으면 4분기 EV 판매 급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