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금융당국 “지속가능연계대출 성숙 단계”…그린워싱 위험 진정 국면

2025-08-18     송준호 editor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14일(현지시각) 그린워싱 논란으로 침체를 겪던 지속가능연계대출(SLL)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FCA는 서한에서 2023년 이후 SLL 시장의 관행이 개선되고 상품 구조가 견고해지면서 시장이 성숙해졌다고 설명했다.

SLL 발행 규모는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현재까지 2조달러(약 2769조원)에 달해 녹색채권에 이어 지속가능 부채 시장에서 두 번째 규모를 차지한다. 블룸버그는 SLL이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그린워싱 논란으로 위축됐지만, 여전히 핵심 전환금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FCA 홈페이지

 

SLL 시장, 그린워싱 논란 딛고 성숙

FCA의 이런 평가는 2023년 서한과는 180도 달라진 평가다. 감독당국은 당시 2022년에 발생한 250건의 SLL 거래 중 30%만 목적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고, 50%는 핵심성과지표(KPI)가 견고하지 않다며 그린워싱 위험을 강하게 경고했다.

사차 사단 FCA ESG 담당 이사는 "과거에는 SLL의 지속가능성 목표를 산발적으로 많이 설정했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사업 모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2~3개의 핵심 목표에 집중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며 “이에 따라 KPI 역시 기업의 실제 사업과 보다 긴밀히 연결되도록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검증 시스템도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신디케이트 대출에서도 과거에는 한 은행이 SLL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지표를 검토했지만, 이제는 참여하는 여러 은행이 함께 '지속가능성 조정자' 역할을 맡아 공동 검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 설계 단계에서 목표와 지표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FCA의 설명이다. 

은행들의 영업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도 제시됐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지속가능금융 실적을 채우기 위해 SLL 상품 판매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실제로 지속가능성 개선에 준비가 됐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사단 이사는 "은행들이 약정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기존 대출에서 SLL 라벨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CA는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대출 받은 기업이 너무 쉬운 목표나 핵심 사업과 상관없는 목표를 제시하면 아예 SLL 대출 자체를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인센티브·중소기업 참여 확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FCA는 SLL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한계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메커니즘의 취약성이다.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여부에 따른 금리 조정 폭이 여전히 차주들의 진정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2023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투자등급 기업들의 목표 미달성 시 금리 상승폭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FCA가 2023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출 기업이 SLL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금리가 2.5bp(베이시스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최대 5bp를 넘지 않았다.

사단 이사는 금리 인상분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거나 실패했을 때의 마진 조정이 변화를 유도하기엔 여전히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목표를 달성해도 받는 혜택이 미미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개선에 나설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SLL 접근성 문제도 여전히 높은 벽으로 남아있다. 사단 이사는 "내부 보고 체계 구축 비용, 외부 검증 확보 비용, 대규모 최소 대출 요건 등이 중소기업들이 SLL을 이용하는 데 지속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FCA는 앞으로 전환금융협의회(TFC)와 긴밀히 협력해 영국을 글로벌 전환금융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단 이사는 "시장의 기준을 향상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부실한 SLL을 걸러내 물량 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SLL을 대출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를 지원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