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전환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섰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각) 영국 정부와 시티오브런던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전환금융협의회(Transition Finance Council, TFC)가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고 전했다.
TFC의 의장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을 역임한 알록 샤르마가 맡았다. 알록 샤르마 TFC 의장은 출범식에서 "런던을 전환금융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를 위한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전환금융은 성장 기회"...영국, 삼각 지원체제 마련
TFC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전환금융시장검토(TFMR) 권고안에 따라 설립됐다. 금융·전문서비스 부문, 실물경제, 정부, 규제기관, 표준제정기구, 시민사회 대표들로 구성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FC는 순수 녹색금융을 넘어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도 지원한다. 다만 기업들에 구체적인 전환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협의회는 전환금융 정책을 제언하고 분기마다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또 영국과 해외 이해관계자들의 역량 강화를 돕고 핵심 분야별 실무그룹을 운영한다.
영국은 TFC와 함께 넷제로위원회(NZC), 전환금융연구소(TFL)를 설립해 삼각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NZC는 산업별 탈탄소화 경로를 개발하고, TFL은 혁신적인 금융구조를 연구한다. NZC는 지난 5일(현지시각) 출범했으며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장관과 시린 쿠리-하크 협동조합그룹 CEO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TFL은 아직 출범하지 않았다.
ESG 투자 위축되는 금융권...英은 반대로 간다
영국이 기후 관련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대척점에 서게 됐다.
영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중 7개국이 최근 UN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 기한을 놓쳤지만, 유일하게 파리협정의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고 클린테크니카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전환금융협의회 설립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금융권과 기업들의 ESG 후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영국의 2050년 넷제로는 사악한 목표"라며 "이는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자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망상"이라고 혹평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현재 시그넘캐피털을 이끄는 클레멘스 칼리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이 정치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특정 입장에 동조하라는 압박을 점점 더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케임브리지대 지속가능성리더십연구소의 니나 시가 센터장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주류가 되면서 금융기관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며 "어떤 금융기관도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지속가능투자금융협회 제임스 알렉산더 CEO는 "정치와 정책이 이전보다 더 분열되어 의사결정이 어려워졌다"면서도 "자금을 운용할 때는 위험을 고려해야 하고,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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