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미뤄진 '공급망 실사법', 내일 초안 발표

2022-02-22     박지영 editor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수요일(23일) 기업의 인권 실사 의무화 법률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U에서 운영되는 대기업이라면 관련 공급업체가 강제노동이나 아동노동을 사용하지 않는지, 환경 기준을 준수했는지 실사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길 예정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속칭 ‘공급망 실사법’으로 불렸던 법안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로 명칭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명칭을 가지게 되면서, 인권과 환경 실사를 넘어 기업 이사회의 의무와 인센티브 항목 등을 규정하는 등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로이터는 “위원회의 제안은 유럽의회 및 EU 정부와 협상을 거쳐야 하기에 입법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했다.

관련기사: ESG 인센티브, 유럽선 현실화된다

관련기사: 인권 실사 논의 가속화....EU는 가이드라인, UN은 결의안 냈다

초안에는 EU 기업 이사회는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경로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의 공급업체가 강제 노동, 아동 노동, 부적절한 작업장 건강 및 안전, 근로자 착취 또는 온실가스 배출, 오염 또는 생물 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파괴와 같은 환경 위반을 하지 않는지 점검할 의무를 진다.

이 법안은 1만3000개 EU 기업에 적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500명 이상의 직원과 1억5000만유로(약 2040억원) 이상의 순매출이 기준이다. 화학, 의류, 신발, 동물, 목재, 식품 및 음료, 석유, 가스, 석탄, 금속 및 금속 광석, 건축 자재, 연료 등 영향력이 큰 업종의 기업일 경우 250명 이상의 직원, 순매출 4000만유로(약 541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진다. 다만 이런 기준을 적용해도 유럽 기업의 99%는 해당하지 않는다. 

역외 기업도 해당된다. EC의 추산에 따르면 27개 국가의 4000개 기업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억5000만유로(약 2040억원) 이상 순매출이 발생하거나, 영향력이 큰 업종 기업의 경우 4000만유로(약 541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하면 해당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EU 정부가 감독자를 맡는다. 법 위반시 벌금을 물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자주 협력하는 공급업체가 인권 또는 환경에 대한 침해를 저지를 경우 민사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공급업체의 위법 행위를 가지고도 원청인 기업에 소송을 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송이 걸릴 경우 기업은 적절한 실사 조치를 통해 범죄를 예측했는지, 예방하려고 노력했는지, 중지 또는 완화할 수 있었는지 증명할 책임까지 진다. 다만 위원회는 초안을 통해 "글로벌 가치 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모든 위험을 예방하는 것은 실제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아우렐리 스크로빅 기업 회계 책임 운동가는 "기업의 남용을 막기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의 거대한 진전"이라면서도 “법안은 공급망 전체에 걸쳐 기업에게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허점이 없도록 최종본에서는 애매모호함이 없어야 한다. 또 피해자들은 EU 법원을 통해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EU집행위...공급망 내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기업 제재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