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광고 캠페인까지...공화당 압력에 시민인식 개선 나서

2022-06-10     박지영 editor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ESG에 대한 비판을 가세하는 공화당의 압력에 시민 인식을 개선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행할 예정이다. 

블랙록은 워싱턴에서 '블랙록에 대하여(About BlackRock)'라는 광고캠페인을 시작했다. 35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을 위한 은퇴계획을 관리하는 것을 포함해 투자자를 돕는 방법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광고에는 블랙록이 관리하는 저비용 투자 상품과 미국의 도로, 교량 및 운송에 투자하고 있는 200억달러(25조원)를 강조할 예정이다. 올해 래리 핑크 CEO와 고위 경영진은 기후 및 에너지 문제에 대해 기업 뿐 아니라 시민 단체와도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스 크래독 블랙록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광고 캠페인은 더 많은 시민에게 블랙록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목표로 앞으로 몇 달 동안 게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2020년 1월 투자자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투자 결정 시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다”며 ESG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를 비판하는 유튜버 영상 중 하나.

그러나 최근 미국 내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래리 핑크 CEO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에너지가 풍부한 일부 주의 공화당원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블랙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텍사스는 블랙록과 거래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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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화당 출신이 주지사로 당선된 플로리다 주에선 블랙록이 중국과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블랙록을 겨냥해 “급진적인 ESG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판은 워싱턴에서도 나왔다. 알래스카 주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펜실베니아 주 팻 투메이 공화당 상원의원은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자산운용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S&P 500에 속하는 거의 모든 기업의 상위 5대 주주인 블랙록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정기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주총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올라오면서, 블랙록의 정치적 성향에 비판을 가하는 공화당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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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올해 대형 소매업체 투자자들은 대법원이 임신 중절을 합법으로 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기업이 직원에게 미치는 위험에 대해 보고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투표해야 한다. 임신 중절과 총기 규제와 관련된 주주 안건은 블랙록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 들어 블랙록의 경영진이 고위 공직자로 진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블랙록은 정파성에 휩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로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 대응을 위해 블랙록을 찾기도 했다.

크래독 블랙록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블랙록의 비즈니스와 영향력은 고객, 주주, 직원부터 우리가 사업을 운영하는 지역 및 사회 전반에 이르는 이해관계자와 관련된다”며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SG 자본가들은 '너무' 깨어났다

전면 비판 나선 공화당 

최근 미국 공화당 소속 일부 정치인들은 ESG에 앞서고 있는 블랙록이나 JP모건을 겨냥해 “깨어있는 척 한다”는 의미인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크 자본주의란 기후위기나 인종, 젠더 이슈에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CNBC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지난달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래리 핑크 CEO 등 ESG 투자를 강조한 사람을 겨냥해 “주주의 이익을 확대하는 대신 기후위기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로 부유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투자 기업의 ESG 이슈에 대한 블랙록의 대리투표도 문제 삼았다.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의 돈으로 조성된 펀드 덕분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펀드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신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핑크 CEO는 투자자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감축했다”며 “이런 투자는 고용을 파괴하고 미국의 적을 돕는 대신 미국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 상승 또한 핑크 CEO에게 책임이 있다며 “자동차 연료통을 채울 때마다 래리 핑크의 부적절한 ESG 투자 압력에 감사하다”고 비판했다.

블랙록은 “블랙록의 대리투표 최우선 가치는 수백만 고객의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이라며 “투자자들은 블랙록을 통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블랙록은 투자자들의 투표 선택권을 제공하는데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나는 오크 자본주의자가 아니며, 붉은 피를 흘리는 자유시장 자본가”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말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으로부터 존중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ESG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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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만 기다리는 공화당

반(反) ESG 법안 입법 예고

11월에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중 하나, 또는 양쪽을 차지할 경우 공화당은 ESG에 반대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법안은 블랙록을 겨눌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예측된다.

존 커티스 유타주 공화당 의원은 “자산운용사의 주된 책임은 주주에 대한 수탁 책임”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법률이 없다면 주주들은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재정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평생 모를 것”이라며 수탁자 책임과 관련한 법안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클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달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논평을 통해 연방에서 선출된 공화당원들에게 “전국적으로 ESG 원칙의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너무 깨어난(woke) 좌파는 미국 기업을 정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들의 급진적인 환경 및 사회적 아젠다를 상장기업에 강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거나 지배하지 않는 주식에 투표하면 안 된다. ESG를 촉진하는 방법 중 하나인 대리 투표(proxy voting)는 ESG 추진에 왜곡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소속 앤디 바 의원은 지난 3월 퇴직금 스폰서와 투자자문사가 지속가능성 등 다른 요소가 아닌 재무적 수익률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건전성 보장법’을 발의한 바 있다. 릭 앨런 공화당 최고의원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길 경우 이 법안을 위원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증권거래위원회(SEC)이 제안한 획기적인 규칙을 제한할 계획이다. 상장기업들이 기후위험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기로 한 이 규칙에 대해 존 커티스 의원은 “이는 절대 주주의 투자 수익 극대화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이 규칙은 그저 화석연료를 죽이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ESG 운동이 화석연료 기업을 공격해 자본이나 그들의 사업영역을 빼앗는다면 우리를 스스로 해치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