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자발적 탄소시장 출범…대한상의, 한국판 베라(Verra)될까

2023-03-09     송준호 editor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올해 하반기에 자발적탄소시장(VCM)을 개설한다. 탄소시장은 한 기업이 탄소를 감축한만큼의 크레딧(배출권)을 생성하여 이를 서로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자발적탄소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탄소배출권거래제와 달리 민간 주도로 시장 가치에 따라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발적탄소시장들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국제금융공사(IFC)는 지난해 8월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플랫폼의 출범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VCM이 이제 막 상륙하고 있는 초기 단계다. 국내에서도 아오라, 팝플과 같은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이 비영리단체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등장했으며, 대한상의도 이런 흐름 속에서 자발적 탄소시장 개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앞으로 기업이 탄소감축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대한상의는 정부, 전문가, 업계, NGO 등과 협력해 신뢰성 있는 인증센터를 구축하고 한국을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심으로 성장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3월 중 크레딧 인증 사업 시작

자발적탄소시장은 탄소 감축량을 크레딧으로 인증하여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베라와 골드스탠다드와 같은 인증업체가 있다. 한국의 기업이 탄소감축 성과를 크레딧으로 인증받으려면 이런 해외 인증기관을 거쳐야 했다. 

대한상의는 3월 중으로 탄소배출권 인증사업을 시작하여, 한국의 베라와 골드스탠다드가 될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기업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평가해 감축성과를 인증할 목적으로 대한상의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상의는 ‘한국형 탄소감축인증표준’을 유엔이 운영하는 국제항공부문 탄소상쇄감축협약(CORSIA) 등의 국제 기준에 등록하여 크레딧 신뢰도를 보장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탄소감축 책임 범위가 사업장 내 직접배출(Scope 1)에서 간접배출(Scope 2), 기타간접배출(Scope 3)까지 확대되면서 사회 전 분야에서 다양한 감축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규제 범위(Scope 1, 2) 외 추가적인 감축활동에, 중소기업 같은 비대상 기업은 모든 감축활동에 대한 신뢰성 있는 인증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자발적 탄소감축 성과는 2018년 1억6600만톤에서 2021년 3억6600만톤으로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자발적탄소시장 거래 금액은 이 추세에 따라 5억2000만달러(약 6846억원)에서 2021년 19억 8500만달러(약 2조 6148억원)로 281.7%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다.

 

1000대 기업 인식 조사…66.8% 탄소시장 필요해

대한상의는 사업 시작에 앞서, 지난 7일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응답 기업의 66.8%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탄소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은 기업의 감축활동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46.3%)하고, 정부 주도의 규제시장을 보완하는 수단(40.6%)을 자발적 탄소시장의 주요한 역할로 꼽았다. 그 외에 기후테크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7%)과 친환경 투자를 유도(6.1%)하는 역할도 제시됐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교수는 “경직된 규제시장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 자발적 시장을 통해 다양한 감축활동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사회 전반에 탄소감축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0%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탄소 감축제품·기술·서비스 개발 및 판매까지도 감축실적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감축실적을 인증받길 원하는 이유로는 ‘탄소중립 달성’(45.0%)과 ‘ESG 활동 홍보’(43.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상쇄배출권 확보’(26.2%), ‘국제 이니셔티브 참여 및 대응’(1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과제로는 ‘배출권거래제 연계’(35.8%)가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 감축목표(NDC)와의 연계’(28.4%), ‘자발적 탄소시장 운영지침 마련 등 신뢰성 확보’(21.8%)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발적 시장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민간 주도 시장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14.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