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국제 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파리협정 제6조의 기술 지침 합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각국은 파리협정 제6.2조에 따라 시범적인 국가 간 협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탄소시장 개설 논의는 내년 COP29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COP28, 6.2, 6.4조 세부지침 채택 실패…
내년 COP29으로 논의 연기될 듯
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하자’는 최종 합의안이 채택됐다. 화석연료가 당사국 총회 합의문에 언급된 건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첫 당사국 총회 이후 처음이다. 당초 기대됐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명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COP28은 파리협정 제6조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세부 지침 채택에도 실패했다.
파리협정 제6조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국제 탄소시장을 규정하고 있다. 감축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서 감축사업을 진행하고 당사국들이 감축 실적을 주고받아 자국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달성에 활용, 지구 전체적인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자는 취지다.
파리협정 제6조는 총 9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NDC 달성을 위해 국가 간 자발적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국제 탄소 배출권 시장 개설과 관련된 6조 2항과 6조 4항에 대한 이행 규칙은 지난 2021년 COP26에서 비로소 제정됐다.
이에 따라 국제 탄소시장은 파리협정 6.2조 시장과 6.4조 시장으로 구분된다.
6.2조는 참여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협력적 접근법’이라는 규칙이다. 이 규칙은 미국의 베라(Verra)나 스위스의 골드 스탠다드(Glod Standard)와 같은 민간의 탄소 크레딧 등록소(registry)로 운영되는 자발적 탄소시장 등 다양한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6.4조는 파리협정 당사국 회의(CMA)가 시장을 관리하는 중앙화된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배출권거래시장)에 관한 규칙이다. 교토의정서 하의 청정개발체제(CDM)를 파리협약 체제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COP27에서 6.2조의 협력적 접근법을 위한 국가별 보고 절차 등 세부 지침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배출권 거래시장에 관련된 규칙인 6.4조의 구체적인 합의안 채택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COP28에서 유엔이 설립한 6.4조 감독기구(Article 6.4 Supervisory Body)는 탄소 제거 활동으로 인해 획득한 배출권을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거나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감축사업 이행으로 발급된 배출권'으로 정의하는 권고안을 제출한 바 있다.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보장하고 제거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출되는 것은 방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사국 간의 의견 차이로 합의에 실패"했다며 내년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을 규정하는 6.2조에서는 감축실적 승인 절차를 얼마나 구체화시키느냐가 쟁점이었고, 6.4조에서는 탄소 흡수원(산림)에 대한 6.4조 감독기구의 권고안 채택에 반대한 국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COP28에서 합의안 채택이 불발됨에 따라, 국제 감축 사업 이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 마련에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고, 제6.4조 메커니즘 사업의 등록 개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IETA, "6.4조 합의 불발은 반 시장 의제의 승리"...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는 13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6.4조 메커니즘의 지연은 환경적 건전성이 아닌 반 시장 의제(anti-market agenda)의 승리”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유럽연합(EU) 등이 6.4조 감독기구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관인 과학기술자문부기구(SBSTA) 관리하에 두려고 했다며 이는 반 시장적이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 에코시스템 마켓 플레이스(Ecosystem Marketplace) 또한 미국 대표단이 유럽연합(EU) 등이 제6.2조에 이전에 합의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정을 적용하려고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IETA는 파리협정 당사국(CMA)의 추가 지침 없이도 제6.2조의 시범 운영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 크레딧 평가기관 비제로 카본(BeZero Carbon)의 최고혁신책임자이자 공동설립자 세바스티앙 크로스(Sebastien Cross)는 “제6.2조와 제6.4조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 “협상가들은 COP28을 통해 탄소시장 활성화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로 자본을 유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탄소감축 프로젝트 솔루션기업 에코 시큐리티(Ecosecurities) 최고경영자 파블로 페르난데스(Pablo Fernandez) 또한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탄소시장의 좌절이지만 부적절한 규정이나 규칙이 추진되는 것보다는 나은 일”이라고 밝혔다.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의 임시 최고운영책임자 에이미 메릴(Amy Merrill)도 “이번 결정은 유감”이지만 “ICVCM의 활동은 무결성이 높은 탄소배출권을 좀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계속될 것이며 이는 민간의 기후 및 탄소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28, 화석연료 '퇴출' 아닌 '전환'에 합의… 아랍에너지회의, “화석연료 퇴출은 서방의 이중잣대”
-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 리스크 낮추는 두 가지 요건
- 美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발적탄소시장 지침 제시…감독기관 자리싸움 시작되나
- 베라, 새로운 REDD+ 방법론 공개… 인공위성 활용한 지면 실측 기술 도입
- ADB, "탄소크레딧 가격 높이면 개도국의 발전소 폐쇄 빨라질 것"
- 세계 최대 탄소 크레딧 판매 기업 사우스 폴, 그린워싱 의혹에 CEO 사임
-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탄소배출권 거래 시작
- SBTi 인증기업 중 5%만 이산화탄소 제거 계약 체결… “탄소제거 인센티브” 있어야
- 톱 50개 탄소상쇄 프로젝트 78%가 “무쓸모”
- IOSCO, 그린워싱 법적 규제 필요성 강조…자발적 탄소시장 규제도 제시
- 기업의 탄소상쇄권 거래…12년 만에 첫 감소
- COP28, 제6조 합의 실패…한국 국제감축사업에 대한 함의
- EU, 2030년 기후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기후행동 강화해야
- IRA 주도해 온 존 포데스타, 신임 기후 특사로 임명
- 탄소배출권 보험사 오카, 135억 투자유치 성공… 탄소시장 신뢰도 높인다
- IEA, 에너지 목표 진행 상황 웹페이지 공개…그래프로 한 눈에 확인한다
- 2700조원 넘는 청정에너지 투자, 화석연료 투자의 두 배까지 격차...IEA 보고서
- 국제 탄소시장 활짝...아시아 국가들이 움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