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있는 HSBC 은행 정문과 사자상./HSBC 홈페이지.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은행 정문과 사자상./HSBC 홈페이지.

1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대표적인 은행 HSBC가 자발적 탄소 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인해 탄소 크레딧 데스크(Carbon Credit Desk)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카본헤럴드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의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탄소 크레딧 데스크란 탄소 크레딧을 매매하거나 거래를 지원하는 전문 조직 또는 부서를 의미한다. 

최근 자발적 탄소 시장은 과도한 크레딧 발행,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 전반적인 부정 행위 등으로 인해 신뢰를 잃으며 수익성이 급감했다. 현재 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10억달러(약 1조4025억원)로 축소되었으며, 이는 시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HSBC의 철수 결정은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HSBC의 운영으로 기대되던 잠재적 유동성과 탄소 프로젝트 개발자들의 수익 흐름은 사라졌고, 셸(Shell)과 델타(Delta) 항공 등 주요 기업들이 이미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HSBC의 이탈은 자발적 탄소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더하고 있다.

 

HSBC, 그린워싱 혐의와 부정행위 때문에 탄소 크레딧 시장서 철수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HSBC가 그린워싱(greenwashing) 의혹과 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탄소 크레딧 데스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HSBC의 철수는 세계은행이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배출권 거래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담 부서를 운영하거나 크레딧 판매 프로젝트 개발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업무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HSBC 대변인은 탄소 시장에서의 철수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HSBC의 탄소 크레딧 계획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그쳤다. HSBC는 몇 년 전 자발적 탄소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을 당시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거래장을 설립하고 고객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직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의 직원들은 현재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 크레딧은 개발도상국의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판매하며, 주로 재산림화 등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투자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크레딧 발행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델타 항공, 알파벳의 구글, 이지젯 등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오프셋의 주요 구매자로 활약했으나, 최근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자발적 탄소 크레딧 구매 대신 자체 배출량을 줄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블룸버그는 지난주 셸이 자연 기반 탄소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포트폴리오는 2018년에 시작된 것으로, 셸은 2023년 공개적으로 탄소 크레딧을 가장 많이 매수한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HSBC와는 달리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은 자발적 탄소 크레딧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COP29에서 유엔 탄소시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마당에, HSBC의 철수 결정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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