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R도 상업적 성숙도가 낮아
- 보수연합의 원전 건설 추진 발목 잡나

이미지=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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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원자력이 호주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가디언 등 외신은 CSIRO가 발표한 전력 비용 연구를 인용해 원자력이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높아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며, 호주의 넷제로 목표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SMR도 상업적 성숙도가 낮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최소 1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의 중간 소요 기간은 8.2년이지만, 지난 10년간 호주와 유사한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0년 이내에 건설을 완료한 사례가 없었다. CSIRO는 이러한 긴 건설 기간이 전력 부문의 신속한 탈탄소화를 요구하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SIRO는 원전의 경제성을 분석하며 자본 비용 회수 기간을 30년, 운영 기간을 60년으로 설정해 평가했지만, 비용상의 우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긴 운영 수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초기 건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호주는 원전을 도입한 경험이 없어 초기 설치 비용과 절차의 복잡성이 추가적인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는 기존 원전보다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일부 인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상업적 SMR 프로젝트였던 ‘카본 프리 파워 프로젝트(Carbon Free Power Project)’는 2023년 11월 비용이 56% 급등하면서 취소된 바 있다. CSIRO는 SMR의 잠재적 비용 절감 효과가 상업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실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SIRO는 태양광 및 풍력이 호주의 전력 부문 탈탄소화에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평가했다. 두 기술은 초기 비용이 낮고 구축 속도가 빠르며, 기술적 발전을 통해 지속적인 비용 절감 가능성이 높다.

 

보수연합의 원전 건설 추진 발목 잡나

CSIRO는 전력 부문이 호주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신속한 탈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부문의 전환이 지연되면 운송, 건설, 제조 등 다른 산업의 전기화를 통한 배출 감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력 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CSIRO 수석 에너지 경제학자인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전력 부문이 신속히 전환되지 않으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호주 전역에 걸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원전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 논쟁이 총선을 앞두고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CSIRO는 태양광 및 풍력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비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정책 결정자들에게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전환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호주의 중도우파 야당이 원전을 넷제로 달성 수단으로 제시하며 전력 요금 절감을 주장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야당 대표 피터 더턴(Peter Dutton)은 "현재 보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7기의 원전 건설이 재생에너지보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전력 저장과 송전망 구축 등을 포함하면 원전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CSIRO가 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을 미국과 같은 93%이 아닌 53~89%로 가정하여 불공정하게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SIRO는 가동률은 국가별로 다르며, 호주에서 원자력과 가장 유사한 데이터는 석탄 발전소의 증기 터빈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가동률이 53~89%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자력의 세계 평균 용량 가동률이 80% 수준이며, 전 세계 원전 중 약 10%는 60% 미만의 시간 동안만 가동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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