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장비 제작사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ASML의 홈페이지.
 반도체 생산장비 제작사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ASML의 홈페이지.

네덜란드 정부가 오는 4월 1일부터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규제는 ASML 및 ASMI와 같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첨단 측정 및 검사 장비에 대한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네덜란드 외교통상부의 레이네르 클레버(Reinette Klever) 장관은 "이번 조치는 특정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의 무분별한 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 유출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호흡을 맞춘 조치"

ASML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서 올해 매출 하락할 듯

네덜란드 정부는 이번 규제가 미국의 수출 통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언급은 피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지난 12월 발표한 대중국 제재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반도체 계측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제한 기술 목록을 업데이트하며,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사실상 차단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네덜란드의 이번 규제 역시 ASML이 일부 장비 수출 시 미국이 아닌 네덜란드 정부의 라이선스를 신청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강화됐다.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로 ASML의 매출 중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단기적인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은 3분기 동안 중국에서 27억9000만 유로(약 4조1851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ASML 대변인은 “이번 규제는 2025년 매출 목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SML의 주가는 규제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긴장감이 반영됐다.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력이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입 규제가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기술적 자립을 추구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과 네덜란드의 연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ASML과 함께 규제 대상에 오른 ASMI

한편,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I(ASM International N.V.)도 이번 수출 규제 대상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ASMI는 원자층 증착(ALD, Atomic Layer Deposition) 및 화학 기상 증착(CVD, Chemical Vapor Deposition)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1968년 설립된 ASMI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번 규제가 기업의 매출과 기술 개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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