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백악관 X(트위터)
사진=미국 백악관 X(트위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연방 공무원 감축이 신규 에너지 프로젝트의 인허가 속도를 저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내무부 토지관리국(BLM), 인디언사무국(BIA), 해양에너지관리국(BOEM) 등 연방 및 원주민 관할 지역 내 에너지 생산 인허가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의 직원들이 대거 해고됐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대규모 해고 조치는 공공 지출 감축을 목표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가스 및 전력 생산 확대 전략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인력 감축 후폭풍…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지역 경제 타격 우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해리슨 필즈는 "정부 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개편이 대통령의 에너지 개발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예산 낭비와 부패를 줄이려는 조치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뉴멕시코와 알래스카를 포함한 주요 석유·가스 생산 주(州) 및 원주민 부족들은 해당 감축이 연방 및 원주민 토지에서의 인허가 지연을 초래하며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연방 토지와 해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미국 전체 산유량의 약 25%를 차지하며, 정부는 생산 로열티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있다. 

해양에너지관리국에서 7년간 멕시코만 지역 국장을 역임한 마이크 셀라타(Mike Celata)는 "이런 광범위한 인력 감축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해양에너지관리국은 연방 재원에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해 온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철저한 환경 검토 절차는 정부의 석유·가스 경매 및 시추 프로그램이 소송으로 중단되는 것을 방지하는 핵심 과정"이라며, "인력이 줄어들면 해당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효율부의 인력 감축은 원주민 부족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세이지 광물위원회(Osage Minerals Council)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효율부의 계획대로 인디언사무국 오세이지 사무소가 폐쇄되면 부족의 석유·가스 인허가 업무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부족이 소유한 토지는 15억~130억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1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광물위원회는 "인디언사무국 사무소를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어떻게 인허가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인지 내무부 장관은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연방 공무원 약 2만명 해고…토지관리국 최소 250명 포함

현재까지 연방 공무원 약 2만명이 해고됐으며, 대부분이 1년 미만 근속한 수습 직원이다. 또한 7만5000명 이상이 ‘조기 보상 퇴직’(buyout)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탈했으며, 추가 감축이 예정되어 있다.

이 중 내무부 소속 직원 2000명 이상이 포함되었으며, 특히 토지관리국에서는 최소 250명이 해고됐다. 토지관리국은 2억4500만에이커(약 99만제곱킬로미터) 규모의 공공 토지를 관리하며, 에너지 및 광물 생산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에 대해 내무부 대변인은 "운영 효율화가 대중에 대한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부정적 영향을 부인했다.

30여개의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들로 구성된 미국 탐사·생산협회(AXPC)는 연방 직원 감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인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웬디 키르초프(Wendy Kirchoff) AXPC 정책 담당 수석부사장은 "미국 에너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과정이 원활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핵심 인력 유지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너지 컨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서도 인허가 담당 인력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미국 LNG 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의 CEO 매트 샤츠만(Matt Schatzman)은 "불필요한 연방 지출 감축에는 동의하지만, 인허가 부서의 무분별한 인력 감축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고 및 조기퇴직 이후 신규 인력 충원은 어려울 것"

이미 미국의 인허가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토지관리국에서 시추 허가 계류 건수는 2017년 2552건에서 올해 55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도 전력망 및 주요 광물 채굴 프로젝트 승인 지연에 대해 인허가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통해 인허가 담당 인력을 증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효율부의 인력 감축으로 인해 석유·가스 생산 주(州)들은 인허가 지연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리사 머카우스키(Lisa Murkowski) 공화당 상원의원은 "프로젝트 인허가 없이는 책임감 있는 에너지·광물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연방 토지가 알래스카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의 석유·가스 개발 확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뉴멕시코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뉴멕시코 토지관리국 사무소는 미국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뉴멕시코 연방 토지에서의 석유·가스 채굴 수익은 주정부 일반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입원이다. 이에 뉴멕시코 민주당 상원의원 벤 레이 루한(Ben Ray Luján)은 "토지관리국 인력 감축은 공공 토지 관리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 있는 석유·가스 개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지관리국에서 원유·가스 인허가 신청을 검토하는 공무원 로렌 라이브(Lauren Leib)는 "해고 및 조기퇴직 이후 신규 인력 충원이 어려울 것"이라며, "뉴멕시코 경제는 석유·가스 개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인허가 지연이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