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렉트라 홈페이지
사진=일렉트라 홈페이지

미국 콜로라도 기반 청정철강 스타트업 ‘일렉트라(Electra)’가 1억29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하며 총 투자액을 2억1400만달러(약 3080억원)로 끌어올렸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일렉트라의 투자자에는 빌 게이츠가 이끄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Capricorn Investment Group)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렉트라는 100℃ 온도 이하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철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2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6년 시범공장 가동…상업화 준비 박차

일렉트라는 2026년 초 가동을 목표로 콜로라도에 연간 500톤 규모의 시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에서는 철광석을 산성 용액에 녹인 뒤, 철만 용액에 남기고 부산물을 분리·제거한 후, 용액에 전기를 흘려 금속판 위에 철을 전착시키는 방식으로 철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철은 누코(Nucor) 등 제철사에 공급돼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를 통해 철강으로 전환될 예정이며,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를 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 없는 철강 생산도 가능하다.

CEO 산디프 니자완(Sandeep Nijhawan)은 “철강사들과 가격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이며, 시범 공급 이후 본계약 체결을 통해 상업용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년 이상 운영될 공장인 만큼, 어떤 정치적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설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내 철강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탓에 청정철강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단기적으로 수혜를 누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니자완 CEO는 “미국보다 정부 인센티브나 청정 전력 인프라에서 경쟁력을 갖춘 호주 등도 상업용 공장 입지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일렉트라는 2027년까지 5만톤, 2029년까지 100만톤 규모의 공장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니자완 CEO는 “지금은 보다 현실적인 일정으로 조정 중”이라며 “2029년 5만톤, 2030년대 초 100만톤 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전기·수소·온도…치열한 ‘녹색철’ 기술 경쟁

제철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는데, 그중 90%는 철광석을 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철광석 정제 과정의 탈탄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테그라(Stegra) 역시 그린 수소를 활용한 무탄소 철 생산을 목표로 한다. 스테그라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첫 상업용 공장 건설을 위해 65억유로(약 10조63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다만 수소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고품질 철광석을 활용해 연료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

보스턴 메탈(Boston Metal)은 지금까지 3억7000만달러(약 5330억원)를 조달했으며, 전기를 활용한다는 점은 일렉트라와 동일하지만 최대 1400℃ 고온에서 공정을 진행한다. 일렉트라는 저온 공정과 저품질 철광석 활용 가능성에서 경쟁사 대비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렉트라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상업적 규모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철강사가 기꺼이 지불할 만한 가격으로 철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상업용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벤처 투자 과열을 경험한 뒤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최근 몇 년간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여건은 악화됐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의 기후기술 투자 규모는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상회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철회 위협으로 기후 기술 업체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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