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이 이달 말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 공동 선언문 채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EU는 중국에 온실가스 감축 강화를 요구하며 공동 선언문 서명을 보류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가진 후 상호 기후 변화 대응 공약을 담은 공동 선언을 채택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기후 공동 선언문에는 합의 못 해
그러나 EU는 중국이 실질적인 감축 약속을 하지 않는 한, 공동 선언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웝크 훅스트라(Wopke Hoekstra) EU 기후 담당 집행위원은 FT에 “중국의 외교적 의미 부여는 이해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구체적 과제 해결과 야심 있는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안한 공동 성명은 지난 2023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발표한 ‘서니랜드 공동성명(Sunnylands Statement)’과 유사한 형태로, 공동 기후 리더십을 상징하는 외교적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EU와 중국은 글로벌 기후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를 앞두고, 양측은 2035년 중간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및 친환경 교통 인프라 확산 면에서 빠른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석탄 기반 전력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훅스트라는 “중국을 포함해 주요 배출국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U는 최근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90%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2036년부터 전체 감축량의 최대 3%를 해외 탄소배출권 구매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COP30의 성공은 EU와 중국에 달려 있어”
EU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무역 갈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 압박 등 외부 요인 속에서 산업계 및 일부 회원국들이 친환경 전환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북극 인근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으로, 올여름에도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중국 역시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 싱크탱크 E3G의 마농 뒤푸르(Manon Dufour) 사무총장은 “EU는 중국과의 협상에서 명확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과 적절한 협력에 실패할 경우, 중국이 기후 공약 수준이 낮은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공동 선언이 양국 간 금융시스템 개혁, 다자개발은행(MDB) 제도 개편, 친환경기술 표준 제정 등에서 실질적 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책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백을 EU와 중국이 메워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후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퍼스펙티브(Strategic Perspectives)의 린다 카흘러(Linda Kachler) 사무총장은 “COP30의 성패는 EU와 중국이 제시할 2035년 감축 목표의 수준에 달려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목표를 낮추는 경쟁이 아니라, 높이는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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