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관한 급속한 확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비슷하게 포착되는 흐름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ESG 데이터의 수집, 관리, 공시에 관한 다양한 기술적인 발전 덕분이다. 지난 4월 중순 열린 그린비즈(GreenBiz)의 ‘그린핀(GreenFin) 21’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ESG 트렌드를 보면, ESG 데이터의 현재와 미래 흐름이 보인다.
우선, 기업의 ESG 데이터 수요가 거의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ESG 생태계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ESG 데이터 수집, 분석, 공개 요구는 점점 늘어난다. 금융 분야에서 ESG 성과지표를 통해 투자 의사 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하고자 하는 투자자, 채권자, 보험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ESG 데이터를 요구한다. 일부 투자자는 배제전략으로, 일부 투자자는 최종 매수 결정을 위해 ESG 데이터를 사용한다.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발자취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는 개별 소비자 및 직원들 사이에서도 ESG 데이터 수요가 늘고 있다. 리피니티브의 글로벌 파트너 디렉터인 키사 슈레인(Keesa Schreane)은 “현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원칙과 가치를 정말로 신경 쓰는 세대”라고 밝혔다.
탄소시장이 확장되면서 덩달아 ESG 데이터도 주목받고 있으며, 또 규제당국에서도 ESG 공시 강화를 통해 데이터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 등이 나온 것과 비슷한 흐름이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나올 수 있다.
둘째,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ESG 평가등급 점수를 서서히 배제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시장에서는 기업 ESG 등급을 알기 위해 단순하고 계량화된 일반화된 ESG 등급점수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미국 R&Investment Management America의 존 호프너(John Hoppner) 스튜어드십 지속가능투자 대표는 “기업의 ESG 데이터가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기존 평가기관들의 ESG 점수를 확인하는 건 지름길로 사용돼왔다”며 “제3자 기관들의 ESG 점수는 이 기업이 A학점인지 C학점인지 파악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블랙박스’ 접근방식 대신, 자산관리자들은 사내 분석을 통해 ESG 점수를 매기고, 스스로 데이터에 대한 제어력을 높이며 고유한 투자가설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호프너는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의 투자 결정을 방어하기 원하기 때문에 ESG 평가등급을 직접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ESG 데이터는 협업을 요하는 멀티 채널의 스포츠다. 하이드 듀보이스(Heidi DuBois) 에델만 ESG글로벌 책임자는 “흔히 조직에서는 ESG팀이나 지속가능성 전문인력이 ESG를 실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하는 기업에선 지표, 목표, 목표를 책임자는 적임자 등이 있고 ESG 책임자는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으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또 데이터 수집을 넘어 최고 의사결정자의 손에 적절한 데이터를 전달하려면 투명성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기업이사회에 포괄적 성적표(ESG와 재무성과지표를 나란히 보여주는)를 공유하고, 직원 ESG 협의체(다양한 연공서열 및 직책을 지닌 구성원이 만나 ESG를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드는 등은 하향식, 상향식 ESG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
넷째, 향후 ESG 공시 표준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ESG 현장에서는 프레임워크, 방법론, 공시 표준 등의 통일이 되지 않아, 기업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과 국제증권위원회(IOSCO) 등 대규모 국제회계기구 이니셔티브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오늘날 기업 대부분은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GRI(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태스크포스),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을 병행해서 사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합일점(Singularity)’에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린핀의 연사들은 “ESG 핵심 용어가 정의되고, 각 플레이어가 상대방의 역할을 이해하는 지금의 재무회계와 유사한 상호 연결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존 스콧 취리히 보험그룹 지속가능성 리스크 책임자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 자리에서 말할 때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섯째, ESG 데이터의 미래는 기술에 있다. ESG 데이터가 복잡해지면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의 혁신은 다양성, 기후위험 등 전통적인 질적 데이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AI는 기업 연차보고서의 내용 불일치를 파악해낼 수도 있고, 데이터 소스에서 일관된 우선순위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은 기업 마케팅 브로셔 정보보다 10-K(미국 기업 연차보고서) 보고서 데이터를 중시하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다. ESG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분석 플랫폼 데이터마란(Datamaran) 수잔 카츠(Susanne Katus) 부사장은 “AI 업무는 큐레이션, 조직화, 비교가 가능하지만,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며 “이것을 최종 사용자에게 주고, 최종 사용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사용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여섯째, 스토리텔링과 목적이 가장 중요할 때 데이터는 무미건조할 뿐이다. ESG 데이터와 공개는 기업의 진정한 목적, 가치 및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자신들만의 ESG 데이터를 공개하든지, 아니면 정말 똑똑한 알고리즘이 기업 데이터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자신의 데이터에 관한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때문에 남들이 대신 말하기 전에, 기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그린워싱을 피하면서 설득력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축하려면 연차보고서 같은 핵심문서에 ESG데이터를 추가해야 한다.
일곱째, ESG의 S(소셜)가 중심이 될 것이다. ESG에서 S 부문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및 인적자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일관되면서도, 글로벌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컸다. 리피니티브의 슈레인은 “사람들은 온실가스 배출에만 초점을 맞춘 블랙박스를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사회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이사회 멤버십, 지배구조, 급여 형평성 등은 어떤지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미 SEC는 분기별 혹은 연간보고서에 인적자본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일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인적자본, 즉 직원들의 복지를 투자로 보는 개념이 등장하는 등 관점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여덟째, 신흥시장 및 미래형 데이터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ESG는 기존 선진국뿐 아니라 이머징 마켓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또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존의 재무정보(공시)와 달리, ESG데이터는 기후변화, 다양성 등 전례 없는 과제를 측정하며 미래의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지 많은 학습을 필요로 한다.
아홉째,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것이다. ESG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구상하는 응집력있고 협력적이 시스템에서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