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EY는 지난 주인 21일(현지시각) “온실가스 절대배출량 감소와 탄소 상쇄(offstes)를 통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올 초 EY는 2021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완성하고,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모두 포함한 스코프(Scope) 1,2,3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다는 기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직원들이 출장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감축하고, 전력 부문을 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하고, 공급망 협력업체의 과학기반 기후목표를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밝혔다. EY는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출장 감소와 EY의 탄소계획 덕분에 전년 대비 60% 감소한 39만4000톤의 탄소를 배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 돼서 이 탄소 네거티브 발표는 파이낸셜 타임즈(FT)로부터 강하게 비판을 받았다. EY의 지속가능성 전략 중심에 ‘탄소 상쇄’가 있기 때문이다. 탄소 상쇄 분야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아니라, 삼림이나 토지이용 등을 통해 감축된 탄소 상쇄분을 구매하는 간접 방식이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EY는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 네거티브를 강조하느라, 탄소 상쇄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복잡한 논의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EY, 6개 탄소상쇄 프로젝트 통해 연간 52만8000톤 제거
EY의 보도자료에는, 탄소 상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우스폴(SouthPole)’과 함께 6개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52만8000톤의 탄소를 제거하고 있다고 나와있다. 중국 남서부 첸베이(QianBei) 조림사업과 산림녹화, 재생농업, 바이오차(biochar,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로 탄소격리 효과가 있는 숯), 산림보존 등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FT는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EY는 빠르게 성장하는 지속가능성 컨설팅 사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현재 탄소 상쇄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평가 프레임워크가 없으며, ‘탄소 네거티브’는 EY측에서 주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FT와 블룸버그 등 해외언론은 몇 달 전부터 글로벌 대기업들이 탄소감축기술 혁신보다는 탄소 상쇄를 통한 손쉬운 ‘넷제로’ 혹은 ‘탄소중립 제품’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데 대해, 비판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FT는 지난 8월 “탄소 상쇄는 ‘오염을 위한 면허인가, 아니면 넷제로를 위한 경로인가’”라는 제목으로 탄소 상쇄의 양면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탄소 상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학계부터 현장의 탄소감축 크레딧 제공업체까지 250개가 넘는 그룹들 사이에 의견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채 분분하다. 마크 카니 유엔 기후변화특사와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CEO가 ‘탄소 상쇄를 위한 자발적 태스크포스(TSVCM)’를 꾸려, 탄소 상쇄를 위한 시장거래 시스템을 갖추자며 열심히 나서고 있다. BP의 버나드 루니 CEO는 탄소 상쇄 찬성론자다. 그는 “탄소 상쇄는 전 세계가 넷제로에 도달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이기에, 고품질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로얄더치쉘 등 일부 기업은 아예 상쇄물을 만드는 프로젝트 개발에 투자하고, BP도 ‘파이나이트 카본(Finite Carbon)’이라는 상쇄물 개발업체 지분을 과반수 이상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앨고어 전 미 부통령은 24일(현지시각) FT와의 인터뷰에서 “탄소 상쇄는 ‘감옥 탈출을 위한 공짜 카드’가 될 수 없으며, 최후의 수단으로서 역할은 있지만, 나무 심기 약속으로 배출을 타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비판했다.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7억5000만달러 이상의 탄소 상쇄물이 전 세계적으로 거래됐다. 금융기관, 석유화학, 화학업종 등이 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TS의 탄소 가격은 60유로 넘는데, 5달러 미만으로 사는 '크레딧'
탄소 상쇄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EU의 ETS(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규제시스템 하의 탄소 비용이 톤당 60유로가 넘는데 반해, 5달러 미만의 가격에 살수 있는 낮은 ‘크레딧(탄소배출 감축 인증분)’ 가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탄소 배출 감축 의지를 낮춘다는 것이다. 때문에 SBTi(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계산할 때, 상쇄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EY는 어떨까. EY의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는 짐바브웨의 ‘카리바 숲 보존 사업’과 함께, 독일과 남아메리카의 탄소 상쇄 계획이 포함돼있다. EY는 탄소 상쇄와 관련한 대표 비영리기관인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와 베라(Verra)의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EY가 사우스폴에 지불한 탄소 상쇄 가격이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FT는 “톤당 3달러 미만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력회사들이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지불하는 비율의 약 2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톤당 3달러는 지난 8월 블룸버그의 탄소 상쇄 비판기사에서 나온 추정액을 이용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프랑스의 대형 정유회사 토탈에네르기(TotalEnergies)가 ‘탄소중립 천연가스’를 판매한다는 홍보자료를 검증했는데, 이 때 토탈사가 이용한 탄소 상쇄물이 바로 짐바브웨 ‘카리바 숲 보존 사업’이었다. 블룸버그는 관련 기사에서 “열대 보존에 투입한 몇 달러를 활용해, 화석연료 판매를 탄소중립형으로 마케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반면, 빌 게이츠는 개인의 탄소발자국 상쇄 방법으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공기중 탄소를 빨아들이기 위해 톤당 약 600달러 지불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초부터 열릴 COP26 회의에는 탄소 상쇄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탄소 상쇄는 ‘계륵’ 같은 존재로 계속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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