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ESG 정보 공시 논의 활발해지고 그린워싱 사례 조명될 것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메쎄이상이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 ESG포럼’이 10일 개최됐다. 포럼은 10일과 11일 양일간 진행된다. ESG포럼은 국내 녹색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박람회인 ‘2022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의 부대 행사로 열렸다.
ESG 전문가들은 ESG 트렌드와 측정 지표에 대해 논의했다. 이용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 파트너와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 소장은 2022년과 2023년의 ESG 트렌드 현황과 전망을 나눴다. 오준환 사회적가치연구원 기획실장은 ESG 성과 측정과 인센티브 제공의 필요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연구조정관은 스페셜 세션을 맡아 연구소가 개발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하는 ‘기업의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SDPI)’를 소개했다. 이 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ESG 트렌드, 2022년과 2023년 키워드는?
이용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 파트너는 “돈이 ESG로 흐르고 있다”고 말하며 올해까지의 ESG 트렌드를 짚었다.
이용진 시니어 파트너는 “ESG 전용 펀드에 들어간 돈이 연간 24% 증가했으며, 이런 펀드가 100개 이상 되는데 상위 10개 사모펀드들은 ESG 투자로 돈을 벌고 있고 있다”며,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KKR을 보면 28.9%의 수익을 냈는데, 30% 가까운 수익을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므로 이익을 내는 ESG 분야로 돈이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받기 어려운데 ESG 관련 스타트업은 여전히 호황”이라면서, “기후 관련 유니콘은 전 세계적으로 19개가 있고, 일반 유니콘 대비 63% 정도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후 테크의 5대 분야는 탄소, 에너지, 식품⋅물, 산업, 모빌리티로 정리된다. 이용진 시니어 파트너는 “이 다섯 가지 테마에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하고 있다”며 화학회사 솔루젠(Solugen)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솔루젠은 텍사스에 위치한 기업으로 기업 가치는 2조원, 매출은 1억달러(약 1374억원) 이상, 마진율은 60% 이상이다. 이용진 시니어 파트너는 “이 기업은 친환경 건축자재를 생산하는데, 2주 전에도 2억달러(약 2764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받으면서 화학 산업의 판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 소장은 2023년 ESG 전망과 대응 과제를 제시했다.
김동수 소장은 “내년에는 ESG 미션 중심의 논의가 업종별로 상당히 구체적인 주제로 다뤄지고 높은 빈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ESG 정보 공시와 관련된 세 개의 기준이 나왔으므로 내년에는 공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해외에서 증가하는 공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소송과 공시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기관과 검증기관의 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수 소장은 또, “그린워싱, 블루워싱, 브라운워싱, 임팩트워싱 등 ESG워싱에 대한 개념이 올해 정립됐다면, 내년에는 그린워싱의 사례가 조명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워싱이란 정책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갭인 제도적 디커플링이다. 이전에는 선언과 행동 사이의 차이만 확인했다면, 이제는 상황에 따라 말과 말의 차이 즉, 선언을 상황에 따라 바꿨는지 여부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동수 소장은 “스코프(Scope) 3와 LCA(전과정)에 대한 평가가 강화되어 2022년에 ESG 평가를 우수하게 받은 기업도 2023년에는 평가 결과가 뒤집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3년에는 ESG 경영에 소극적(passive)이거나 리스크에 단순 대응(reactive)하는 기업들과 활발하고(active) 선구적인(proactive) 기업들이 분명하게 구분될 것이며, ESG에 대한 진정성이 판가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측정, 워싱 막으려면 지속가능성 목표의 임계치 제시해야
오준환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기획실장은 “CSES는 사회적 가치 측정을 ESG에 연동하여 경제성과, 환경성과, 사회성과, 거버넌스 성과로 나눠서 평가한다”라며, 그는 “거버넌스를 제외한 경제, 환경, 사회 성과는 화폐화하여 측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준환 기획실장은 ESG 측정에서 주의할 점은 그린워싱이라며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면 워싱이 되는데 CSES는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측정하며, 시장 평균보다 기준을 높여 보수적으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측정을 해보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테크에 투자가 많이 발생하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으나, 그린 프리미엄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일반 시멘트 가격이 125달러(약 16만원)인데, 그린 시멘트는 300달러(약 40만원)면 이를 감수하고 후자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준환 기획실장은 “혁신적인 탄소 저감 솔루션이 나왔을 때 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시장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CSES는 탄소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연구조정관은 연구소가 개발한 ESG 평가 지표인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SDPI)’를 소개했다. 이일청 선임연구조정관은 “안티 ESG와 같이 ESG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그린워싱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이런 문제의 근본에는 ESG 지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일청 조정관은 ESG 지표에 여섯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맹점(Blindspot)이다. 그는 “EFRAG, SEC, ISSB가 발표한 글로벌 3대 공시 기준은 공통적으로 스코프 3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공시하라고 요구했지만, 지금까지의 ESG 지표는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개도국의 노동 환경 등 공급사슬 문제를 포괄하지 않았다”며, “지역별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 임금이 아닌 최소 임금을 지표에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는 허점(Loophole)이다. 이일청 조정관에 따르면, 허점은 ESG 지표의 복잡성으로 인해 영리 기업 중 대기업만 활용하고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중소기업들은 배제되는 문제를 말한다. 세 번째, 전시 지표(Window dressing)는 기업의 나쁜 성과를 좋게 평가하여 보고서에 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실상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문제다. 네 번재, 선택적 공시(Selective Disclosure)는 공시 기준을 느슨하게 만드는 ESG 지표로 인해 기업은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하여 공시하게 되는 문제다.
다섯 번째는 근시안(Short Termism)이다. 근시안은 ESG 성과가 당해년도와 직전 연도만 비교·측정되어 기업이 과거에 어떤 경로로 변화해 왔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다. 이일청 조정관은 “전문가들은 최소 5년의 정보가 함께 공시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마지막, 점증주의(Incrementalism)는 규범적 목표가 부재한 것이다. 이일청 조정관은 “ESG 지표가 지속가능성 목표의 달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임계치를 제시하지 않으면, 평가 점수가 오르더라도 실제 목표에 얼마큼 근접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조정관은 “ESG 지표의 여섯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생활 임금처럼 지속가능 성과를 측정하는데 필요한 영역을 발굴하고 지속가능성 기준을 임계치로 설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CEO와 근로자의 중위 소득의 차이는 30:1이 임계치인데, 소득이 이보다 더 많이 차이 나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라며, “SDPI를 사용하면 물 사용량이나 직급별 여성 비율, 탄소배출량 등의 임계치를 설정하여 지속가능 목표와 기업의 현 상황의 차이를 측정하여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DPI는 61개 지표로 구성된다. 이일청 조정관은 “4년간 전 세계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해본 결과, 중소기업과 사회적경제 단체들이 사용하기에도 어렵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식 출시는 11월 말이지만 계정을 등록하면 체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DPI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지속가능성 평가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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