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미 연방정부 예산안 표지
2024년도 미 연방정부 예산안 표지

미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연방정부 예산에서 석유와 가스 산업 보조금 수십억 달러를 폐기하는 예산을 제안했다고 로이터가 9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러한 제안은 야당인 공화단이 미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이 높은 시기에 화석연료 산업계가 기록적인 이익을 거둬들이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비판해온 백악관의 경고로 볼 수 있다. 

로이터에 의하면, 미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계산하는 것은 보조금이 미국 세법에 걸쳐 있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추정치는 연간 100~500억달러(약 13~66조원) 사이라고 한다. 미 연방정부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보조금을 삭감하면 정부는 10년 동안 거의 310억 달러(약 41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3.6% 증가시키고 석유 준비금 삭감

예산안에서 에너지부 예산의 첫 페이지를 보면, 2023년 통합 세출법(Consolidated Appropriations Act, 2023)에서 제정된 전략적 석유 준비금 잔고의 21억달러(약 2조7837억원) 삭감이 포함된다고 되어 있다. 내년 예산은 2023년 수준보다 13.6% 이상 늘어난 520억달러(약 68조원) 가량이다. 

또한 미 에너지부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12억달러(약 1조5906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금은 산업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미 석유업계는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석유와 가스 보조금에는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해외 생산 및 소득에 관련된 탕감과 공제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무형의 시추 비용이라고 불리는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세금 감면은 생산자들이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는 데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공제할 수 있게 해준다. 의회의 초당적인 패널인 조세공동위원회(The Joint Committee on Taxation)는 이 공제를 없애면 10년 동안 130억달러(약 17조원)의 국고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조세공동위원회는 생산자들이 감소하는 석유 가스와 석탄 매장량의 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갈세 감면을 폐지하면 10년 동안 약 129억 달러(약 17조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 때부터 보조금 없애려고 했으나 실패, 이번에도 쉽지 않을 듯

바이든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공공 토지에 대한 새로운 시추를 끝내고,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서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들은 지킬 수 없었다. 우선,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원들은 화석 연료 보조금의 제거에 반대한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에너지 가격은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요구하도록 이끌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재임 당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 감면을 포기하려 했으나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없앨 수 없었다. 

미국석유연구소 로비그룹의 랜스 웨스트(Lance West) 부사장은 이번 예산안이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에 모순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웨스트 부사장은 "백악관은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놓고, 새로운 세금으로 미래의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했다.

현재 많은 국가들은 소비자 에너지 가격을 적당한 가격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작년에 치솟는 화석연료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보조금을 나누어 준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에 대한 이른바 소비보조금이 2022년 2배 증가한 1조 달러(약 1325조원)를 기록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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