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긴 연휴를 잘 보내셨는지요?
지금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준비하는 기간이어서 그런지, 유독 ESG 담당자들은 많이 바쁜 것 같습니다. 반면, 5월엔 ESG 관련 행사가 봇물을 이루면서, 수많은 글로벌 스피커들이 한국을 찾습니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면 뜨겁던 ESG가 차가워지고 있는데, 기업 바깥을 둘러싼 생태계에서는 ESG가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2021년쯤에 제가 ESG 담당자 10명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이를 보고서와 논문으로 쓴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 했던 말 중에 “ESG라는 용어는 몇년 후 사라질 지도 모르지만, ESG라는 용어는 사라져도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 어젠다는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SG ETF는 망했나?
이 언급이 떠오른 이유는 블룸버그와 FT에 등장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ESG ETF 출시가 2022년 1분기에 비해 43%나 줄었다”라는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더 높은 ESG 표준을 요구하는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ESG ETF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전 세계적으로 출시된 지속가능 ETF는 58개에 불과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도입된 101개에 비해 절반에 불과합니다. 급기야 스트라티가스 시큐리티(Strategas Securities)의 ETF 전략가인 토드 손(Todd Son)은 블룸버그에 “ESG 붐은 끝났다. ESG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정의된 기준이나 구조가 없고, 일반적인 미국 주식지수와 대체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오크 자본주의(Woke Capitalism)’을 비롯한 안티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ESG붐으로 인해 자칫 미국이 (화석연료나 기존 산업에 타격을 줌으로써)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13개의 ETF가 청산됐고, 올해 이미 8개의 ETF가 청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기사의 끝이 아니었습니다. ESG라는 이름이 붙은 ETF와는 달리, 청정에너지와 저탄소에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ESG펀드가 새로 출시되는 ETF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만큼 여전히 붐이라는 겁니다. 기후ETF는 글로벌 펀드 자산에서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업문화 ETF를 아시나요?
그런가 하면 정말 흥미로운 ETF에 관한 소식이 FT에 실렸습니다. 바로 ‘기업문화 ETF’라는 것입니다. 이 펀드를 출시한 곳은 하버캐피털(Harbor Capital)이 2022년 10월 출시한 ‘HAPI(Harbor Corporate Culture ETF)’은 150개 미국 기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하며 총 19%의 수익을 달성했고, ‘HAPY(Corporate Culture Leaders ETF)’는 최고의 인적자본 점수를 가진 시장가치 최소 10억달러인 70~100개 미국기업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 제3의 Harbor Capital ETF가 지난달에 출시됐는데 91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았습니다.
이 ETF가 기반으로 하는 것은 기업문화인데, 이 지수를 짜는데 도움을 준 인물은 듀크대 심리 및 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에리얼리(Dan Ariely)라고 합니다. 등급은 어떻게 구성했을까요? 직원들의 익명 리뷰에 기반한 직장 및 상사 평가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와 같은 독점 DB 및 공개 웹사이트에서 갖고 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등급에 재무데이터는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아유브 하니프는 지난해 11월 연구노트에서 ‘인적 자본 요소(Human Capital Factor)는 일반적인 미국 지수 대비 주목할만한 장기 초과수익(outperformance)를 가져온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기업문화라는 단일 요소가 장기 실적이나 주가 지수와의 연관성을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느냐는 반론이지요.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수많은 논문에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조직몰입도, 신뢰 등을 높여서 결국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 기업 평판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많은데요. 이것이 실제로 ETF까지 출시되는 걸 보니, 조금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그린워싱 주의보
아! 쓰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ESG 콘텐츠가 정말 많은데요. 이제 저는 더이상 기자가 아니고, 편집장이며 대표이기까지 합니다. 기자들에게 좋은 기사 쓰게 하려면 돈 벌어야 합니다. 기사만 써서 돈 벌 수 있도록 성장하기까지 달려야 하기에, 오늘은 소식 하나만 더 전해드리고 뉴스레터를 마감하려 합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다들 만들고 계실테니, 그린워싱을 한번 더 고민하라는 조언입니다. 식품 대기업 다농 워터스(Danone Waters), 시멘트 제조기업 홀심(Holcim), 정유사 토탈 에너지스, BP, 셸, 니베아(Nivea)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업체 베이어스도르프(Beiersdorf), 항공사 KLM 등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지난 1년 동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지속가능성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소송을 당한 기업들입니다. ‘그린워싱’ 때문입니다.
넷제로 트래커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상장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넷제로 목표를 발표했지만 이 중 일부는 그린워싱이 있으며,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탄소중립에 대한 과도한 주장을 하지 못하게 하고, ASA의 업데이트된 지침에 따르면 탄소 상쇄를 이용했을 경우 탄소 중립을 주장하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업 기후책임 모니터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기후 리더’라고 주장하는 24개 주요 기업의 넷제로 계획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배출량의 36%만이 넷제로 목표 연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광고캠페인이나 공개적인 약속, 나무심기 등으로는 더이상 넷제로 대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탄소를 진짜 줄여야 하며, 필요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해야하고, 고탄소 산업에 대한 로비도 자제하고, 매년 배출량을 공개하면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검증하도록 하는 등 ‘진짜’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압력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에겐 ‘숨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조금 허락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쨌든 닥쳐올 현실은 마찬가지니까요. 여러분의 보고서에는 ‘그린워싱’적인 요소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꼭 한번 더 검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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