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힘입어 2030년까지 미국내 차량 판매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전망이지만,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해 건설된 기존 전력망이 큰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급증할 경우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CNBC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린스턴대 에너지 정책 프로젝트인 REPEAT(Rapid Energy Policy Evaluation and Analysis Toolkit)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38%까지 증가한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약 5% 증가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급속한 증가다.
프린스턴대 데이터에 따르면, 대형 트럭과 항공기를 제외한 소형 차량은 2035년까지 현재보다 최대 3360%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컨설팅 회사인 그리드 스트레티지스(Grid Strategies)의 설립자인 롭 그램리치(Rob Gramlich)는 “전력망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시골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수요처로 전기를 수송하기 위한 더 많은 고압 송전선, 수요처 인근에 전기 공급을 위한 더 작은 배전선 및 변압기, 가정용 배터리,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고객이 잉여 에너지를 전력망에 다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버터와 같은 하드웨어 등이 필요하다”고 CNBC에 말했다.
그러나, CNBC는 이러한 설비는 결코 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 공익사업 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가 의뢰한 연구에서 전력망 분석 회사인 케발라(Kevala)는 "전기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35년까지 배전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500억달러(약 65조원)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케발라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과학의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전력망 문제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의 직접 해결 방법은 더 많은 에너지원 확보
한편, 전기차 충전에는 전기가 집중적으로 필요하다. 연간 약 2만253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테슬라 모델3 소유자는 집에서 차량을 충전하는 데 전기로 물을 데우는 장치를 1년 동안 사용하는 것과 거의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한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냉장고보다 약 10배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또한, 포드의 인기있는 전기 픽업트럭인 포드F-150 라이트닝(Lightning) 같은 대형 전기차는 대형 가정의 교류전기(AC) 장치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전력망 분석회사인 케발라(Kevala)의 CEO 아람 슈마본(Aram Shumavon)은 “현재 사람들은 운송 수단의 전기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를 갖고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경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관리가 잘못되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것이다. 이는 규제 기관, 정치인, 유틸리티에 대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CNBC에 의하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더 많은 에너지원, 가급적이면 친환경 에너지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탄과 천연 가스 발전소를 인구 밀집 지역 가까이에 배치하는 것은 쉽지만 최고의 태양광 및 풍력 자원은 일반적으로 시골에 더 많다.
그래서, 미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고압 송전선이다. 이 송전선은 주로 시골에 있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생성한 전력을 인구 밀집 지역으로 수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롭 그램리치는 "오래된 송전선을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새로운 송전선을 구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램리치는 “새로운 용량, 새로운 송전선에 연간 약 200~300억 달러(약 26~39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거의 제로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전선의 비용 뿐 아니라 허가도 문제다. 모든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는 어떤 새로운 송전 장비가 필요한지, 비용은 얼마이며 누가 지불할 것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영향 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현재 영향 연구에 발이 묶인 프로젝트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연구 중인 프로젝트의 총 발전량은 거의 전체 재생가능 발전량보다 많고, 현존하는 전력망의의 총 발전 용량보다도 많다고 한다.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완화, 자가 전력 생산, 전력 수요 최적화 등이 대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조 맨친(Joe Manchin) 상원의원은 올해 5월 에너지 프로젝트의 허가를 보다 신속히 허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화석 연료 인프라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를 가속화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많은 민주당원들이 이 법안이 화석 연료 이익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것으로 보고 있어서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가 속도가 빨라지고 곧 송전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 시작하더라도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한 가지 해결책은 가정용 태양광 및 배터리 시스템처럼 소비자가 전력을 생산하고 잉여 전력을 전력망에 다시 판매하면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전기차에 양방향 충전 기능을 더 많이 장착하면, 일반 가정용 배터리 시스템처럼 거대한 전기차 배터리 팩을 사용하여 집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전력망에 다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현재 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지만 포드 픽업 전기트럭인 F-150 라이트닝 같은 모델은 향후 몇 년 안에 이런 기능을 제공하려고 한다. 일본의 닛산의 전기차 리프(Leaf)는 이미 이런 기능을 차량에 장착했다.
또 한 가지 해결책은 에너지 효율성과 에너지 타이밍 사용을 더욱 강조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스와 전력 기업인 PG&E는 대규모 전기차량의 충전 시간을 최적화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PG&E는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전기 가격이 더 높고,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전기 가격이 더 낮은 가격 책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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