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퇴직연금의 ESG 투자, 셰브론 독트린 폐지 후 첫 심판대
미국 대법원이 최근 셰브론 독트린을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첫 화살이 퇴직 연금의 ESG 투자로 향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각) 전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25개 주는 퇴직연금의 투자의사 결정에서 ESG를 고려하라는 노동부의 규칙 개정을 두고 연방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미국 제5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심리한다.
이 소송의 핵심은 1974년에 제정된 퇴직근로자소득보장법이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허용하는 지 여부에 있다. 노동부는 법률이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으며, 재무적인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조건에서 ESG 관련 사항도 함께 고려하는 게 허용된다고 해석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셰브론 독트린이 작동한 것이다.
셰브론 독트린, ESG 관련 법의 수호자 역할 맡아와
셰브론 독트린이 폐기되고 상황이 바뀌었다. 법적 언어가 모호할 경우 행정기관의 해석이 아닌 법원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야하게 되면서, ESG투자 규정에 대한 이 소송이 중요한 첫 판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로펌인 모건 루이스 앤 보키우스의 변호사 줄리 스테이펠은 "재판부가 명시적으로 셰브론 독트린에 의존하여 ESG 투자 관련 규정을 지지했는데, 이번 소송이 독트린에 의존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초기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론 독트린은 공화당 주도의 보수적인 주에서도 노동부의 ESG투자 규정을 뒤집을 수 없도록 하는 제방 역할을 했다. 미국 텍사스주 애머릴로의 미국 지방법원 판사 매튜 캑스마릭도 셰브론 독트린을 인용하며 해당 규칙을 막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캑스마릭 판사는 애머릴로 지방법원의 유일한 현직 판사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임명 받아 보수적인 소송인들이 선호하는 판사임에도 셰브론 독트린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25개 공화당 주도 주는 지난 6월28일 제5순회항소법원에 서한을 보냈다. 법이 행정기관의 해석에 따라 채택된 후 행정기관이 시일이 지나더라도 해석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우에만 규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한을 작성한 변호사들은 노동부가 401(k)로 ESG투자를 하도록 만든 이 규정에 대해 입장이 여러 차례 바뀌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썼다.
제5순회항소법원,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결과 주목
주목할만한 점은 소송이 이뤄지는 제5순회항소법원이다. 미국은 11개의 사법구역으로 나눠 각 연방항소법원이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제5순회항소법원은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텍사스주를 관할한다.
이 법원은 가장 보수적인 미국 항소법원으로 알려져있다. 제5순회항소법원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규정을 차단해왔다. 이번 소송에 들어가는 세 명의 판사는 모두 공화당 측 인사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제5순회항소법원에서 ESG 규칙이 어떤 판결이 내려지느냐는 셰브론 독트린 폐지 결정의 적용 여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