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정책 다 뒤집어...EPA 배출량 규제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시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선거 유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환경 정책을 뒤집겠다는 발언을 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가 발표한 화석연료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철폐하고 전기차 세액 공제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부터 폐지하겠다”라는 발언과 함께 EPA를 해체하겠다는 선거 공약까지 제시한 바 있다.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세운 2030년 탄소 감축 계획과 비교해서 탄소배출량이 약 40억톤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약 9000억달러(약 1197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후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EPA 배출량 규제는 재앙...발전소 수십 개는 더 지을 것
트럼프 후보는 19일(현지시각)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의 격전지인 펜실베니아주 유세에서 EPA가 발표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해당 규정은 발전소에서 대기 및 수질 오염을 제한하고 2047년까지 10억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트럼프 후보는 EPA의 규정을 두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재앙이다”라며 “우리는 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이른 시일 내에 수십 개는 더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더 많이 가동하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필수 제품 생산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물자생산법은 국방, 안보 등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의료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 법을 발동한 바 있다.
펜실베니아주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주 중의 하나로 떠올랐으며,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는 이 지역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주말 펜실베니아주 북동부, 해리스 후보는 서부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가 트럼프 후보를 2%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7500달러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일론 머스크, 행정부 자문으로 중용
트럼프 후보는 신규 전기 자동차 구매에 대한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를 철회하겠다고, 유세 후에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인 2019년 세액 공제 폐지를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10년 동안 25억달러(약 3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세금 공제와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좋은 게 아니다”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한 동시에 “(폐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전보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린 차량에 대한 엄격한 배출 기준을 철회할 것이고, 이로 인해 전기차가 비용과 배터리 문제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산 자동차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덤핑을 노리고 멕시코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을 막겠다고도 말했다. 반면, 중국의 제조업체가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에) 관세를 부여한다면, 미국 안으로 들어올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일론 머스크가 원한다면 자문역이나 행정부 내부로 중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다만, 머스크가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을 위해 엄격한 차량 배출 규정과 정부 지원을 지지하므로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US스틸 합병 허용 안 해…러스트벨트 표심 얻을 수 있을까
트럼프 후보는 지난 2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막겠다고 언급했는데, 이번 유세에서도 이를 반복했다. 그는 “일본이 70년 전 미국의 가장 위대한 회사였던 US스틸을 사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막겠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의 철강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펜실베니아가 러스트벨트이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움으로써, 러스트벨트의 노동자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재 경합 주는 러스트벨트(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와 선벨트(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7개 주로 분석되고 있다. 러스트벨트는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이 주요한 주이고, 선벨트는 일조량이 많은 미국 남부 지역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3월 US스틸 인수를 반대했는데, 트럼프 후보와 동일하게 재선 도전을 위해 노동조합의 표심을 얻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은 한 세기 넘게 미국의 상징적인 철강회사였으며, 국내에서 소유하고 운영되는 게 필수”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S 스틸의 주가는 트럼프의 발언이 보도된 후 약 6% 하락했다. US스틸은 트럼프 후보의 발언 이후에 성명에서 “직원, 주주, 지역 사회, 고객에게 최상의 거래인 일본제철과의 거래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국에 오랫동안 투자해 온 일본제철과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철강 산업, 일자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