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은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을 맞아 속도 조절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8일(현지 시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소유자는 늘었지만 구매 의향은 작년보다 줄었다. 

갤럽은 "지난 1년 동안 일부 얼리 어답터들이 전기차 구매 시점을 앞당겼음에도 대중의 자동차 수요는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갤럽은 지난 3월1일부터 20일까지 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국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갤럽은 이번 설문조사가 전기차 수요 약화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가 투자를 미루는 동향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는 2025년으로 계획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일부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1~2년 연기했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흔들리자 소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뒤로 미루는 상황이다.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완성차 기업 포드, 배터리 기업 SK온과 북미 지역에 건립하기로 한 공장의 양산 시점을 2026년 상반기에서 2027년으로 1년 연기했다.

 

전기차 소유자 늘었으나 구매의향 줄어…신차 전환 60% 목표 위태

설문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소유자 비중은 늘었다. 미국 성인 중 7%가 설문조사에서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4%에서 3%가량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의 16%는 지난 2년간 전기차를 소유했거나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고정 소비자층으로 확인됐다.

다만, 앞으로 전기차를 사겠다는 응답자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향후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55%에서 44%로 줄었다. 또한,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41%에서 48%로 증가했다. 

전기차 소유와 구매의향에 관한 설문이다. 초록은 전기차 현재 소유, 짙은 파랑은 진지하게 구매 고민 중, 옅은 파랑은 미래에 구매를 고려해볼 수 있음, 빨강은 구매하지 않을 것임이다./갤럽 
전기차 소유와 구매의향에 관한 설문이다. 초록은 전기차 현재 소유, 짙은 파랑은 진지하게 구매 고민 중, 옅은 파랑은 미래에 구매를 고려해볼 수 있음, 빨강은 구매하지 않을 것임이다./갤럽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신차의 전기차 비중을 2030년까지 54~60%, 2032년까지 64~67%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기가스 기준을 낮추고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갤럽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약해지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자동차 기업에 완화된 배출 감축 목표를 허용하는 제도를 발표했다”며 “향후 몇 년간 소비자 선호도가 급격히 변하지 않는 한 2030년까지 신차의 60%를 전기차로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갤럽은 올해 있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에 이 목표는 더 완화되거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완전히 폐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소비자 프로파일, 고소득⋅진보성향⋅기후 인식도 높은 청⋅장년층

전기차 선호도는 소득 수준과 정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전기차를 소유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그룹의 전기차 소유자는 지난해 6%에서 14%로 늘었다.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응답자는 11%로 총 25%가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기차를 소유했거나 구매를 고려하는 중산층이 14%, 저소득층은 9%로 나타난 결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갤럽은 전기차 가격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점이 이런 현상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소득 수준은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은 고소득, 4만달러(약 5421만원) 이상은 중소득, 그 미만은 저소득으로 구분했다./갤럽
소득 수준은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은 고소득, 4만달러(약 5421만원) 이상은 중소득, 그 미만은 저소득으로 구분했다./갤럽

전기차 소유율은 연령대별로 8~10%로 균일하게 나타났고 65세 이상의 최고령층에서만 3%로 적게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좌파(민주당과 진보주의자)가 우파(공화당과 보수주의자)보다 전기차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의 27%는 전기차를 소유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7%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후변화 인식도 구매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를 ‘매우 많이’ 걱정하거나(8%) ‘어느 정도 걱정하는 응답자(9%)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들보다 더 많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은 응답자는 5%가량이 전기차 소유자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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