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 청정수소 시장 성장의 조건…물 문제와 파이프라인 구축 해결돼야

2023-07-06     송준호 editor

청정수소는 탄소중립 전략 중 에너지 전환 부문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50년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청정수소 예상 공급량의 약 3배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재생에너지 기구(IRENA)는 현재 생산되는 청정수소는 100만 톤이 되지 않는데, 2050년까지 약 5억 톤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간한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솔루션’ 리포트에 따르면, 수소 프로젝트 관련 투자발표는 유럽, 중동, 미국, 중국, 호주에 집중되어 있으며, 약 600개의 생산 프로젝트 중 상위 25개 프로젝트가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주요 생산지인 유럽과 미국은 청정 수소의 생산에 있어서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은 수소 생산에 필요한 물이 부족하고, 유럽은 주요 생산지인 남부로부터 소비지인 북부 지역으로 수소를 이동할 파이프라인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픽사베이

미국, 청정수소 5000만 톤 생산 계획…

해수 담수화 리스크 해결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2050년까지 5000만 톤의 청정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최근 100페이지가 넘는 청정수소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수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30조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지역에 최대 70억 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지역별로 청정수소 허브를 구축하는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가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미국의 청정수소 생산에 관한 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1000미터톤(MMT)이 되며, 관련해서 창출되는 일자리만 1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물이다. 수소는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이를 위해 하나의 허브에만 수백만 갤런의 물이 필요하다.

로이터 통신이 독점적으로 확인한 에너지 컨설팅 기업 라이스터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가 선정한 수소 허브의 최종 후보에 오른 33개의 프로젝트 중 9개가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 자리 잡고있다. 해당 지역에는 남부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캔자스, 뉴멕시코, 텍사스 등이 포함된다. 

해당 지역들은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서 용수를 만드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지어 부족한 물을 수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가뭄으로 용수 수급이 어려운 텍사스주 남부의 코퍼스 크리스티라는 항구도시도 수소 허브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지을 예정이다. 

찰스 잔 코퍼스 크리스티 항구 위원회 의장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를 늘리는 산업을 유치하려면 담수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코퍼스 크리스티 시 의회가 임명한 피터 자노니 시 행정 담당관(City manager)은 “허브에 최소 5개의 그린수소 생산업체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각 업체는 하루에 약 300만에서 400만 갤런의 담수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하루에 약 7000만 갤런의 물을 공급할 계획인데, 해수 담수화 플랜트에서 최소 3000만 갤런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해수 담수화는 수소 허브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먼저, 전문가들은 해수 담수화가 생물 다양성에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 텍사스 A&M 코퍼스 크리스티 대학의 폴 몬타냐 석좌교수는 “담수화로 인해 발생한 염수가 코퍼스 크리스티만으로 흘러들면, 새우와 대서양꼬마민어와 같은 해산물 어종을 죽여서 어업에 연간 600만 달러(약 78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이 문제로 인해 에너지 및 건설,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일례로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포세이돈 플랜트인데, 건설에만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이 들었으며, 취수관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염수 피해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해양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설비를 설치하는데 2억 7500만 달러(약 3574억원)의 추가 비용이 더 필요했다.

 

유럽, 수소 공급할 파이프라인 착공하려면…

규제 프레임워크 정비해야

유럽연합도 청정수소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EU는 수소가 2050년까지 에너지 믹스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여, 2022년에 수소 및 가스 시장 탈탄소화 패키지와 같은 기본법을 마련하고 높은 목표치를 세우고 있다. EU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역내 수소 생산량을 1000만 톤, 수입량을 1000만 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랙티브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개최한 ‘유럽의 수소 공급 회랑의 기회와 과제’라는 행사의 토론 패널로 참석한 기후 싱크탱크 E3G의 수석 정책고문인 라파엘 하노토는 “수소에 대한 높은 수요가 인프라 구축에 영향을 미칠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청정수소의 주요 생산지가 남부이고 수요지는 북부인 특징이 있기에, 남부에서 생산한 수소를 북부로 운송할 수소 네트워크가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스테파노 그라시 EU 에너지 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행사에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잠재적인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아서 전기 요금이 낮으며, 이런 에너지 수요는 유럽 북부에서 높다”라고 하며  EU수소 네트워크가 빠르게 준비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노토 E3G 정책고문은 “2022년 말에 프랑스와 스페인은 200만 톤의 수소를 옮길 수 있는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하기로 합의를 진행했고 독일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며 “노르웨이에서 독일로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앞선 프로젝트와 비슷한 규모의 파이프라인이 곧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서류상 합의는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투자와 착공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EU이사회와 의회가 협상 중인 수소 및 가스 시장 탈탄소화 패키지가 확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스테파노 그라시 집행위원은 행사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 관해 서류상 합의 단계에서 최종 투자 결정으로 넘어가는 데 주저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두 배로 강화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수소 및 가스시장 탈탄소화 패키지를 확정하고, 넷제로 산업법을 포함한 규제 퍼즐을 완성해야 하며 유럽 수소 은행을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프랑스 가스회사 GRTgaz의 CEO 티에리 트루베는 “입법 프레임워크가 보다 단순해야 한다”며 “수소 관련 규제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더 많은 불확실성을 부여하므로 이 분야의 발전과 비용 절감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수소 생산,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등 관련된 법률만 최소 1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