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5일(현지시각) 재생에너지 보조금 제도의 지급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지급방식이 전력 생산자들이 생산한 전력의 가격을 보장하는 방식이었다면, 개편안은 초기 투자 비용을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부가 이런 개편안을 낸 이유는 업계가 정부 지원에 덜 의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당 내용은 5일 독일의 2025년 예산 합의안이 나오면서 함께 발표됐다. 해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재생에너지, 산업 탈탄소화, 건물 현대화 등에 기록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독일 연방정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독일 연방정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투자 보조금 받고 생존은 알아서…시기상조라는 업계 의견도 나와

개편안은 전력 가격이 아닌 투자 비용에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업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때 일회성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전력 가격을 보전받지 못해 시장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해야 한다. 즉, 사업자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정부가 도움을 주겠지만 그 이후에 재정적 위험은 스스로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행 보조금 제도는 전력 가격을 보장하기에 사업 리스크가 적어, 기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 자금을 대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정부는 20년 동안 가격을 보장하는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하며, 재생가능발전 사업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여 왔다. 

이 방식은 독일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추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 에너지 및 수소 연구 센터(ZSW)와 독일 유틸리티 협회(BDEW)가 최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독일의 전력 소비에서 재생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8%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틸리티 협회의 케르스틴 안드레아에 대표는 "에너지 산업은 재생 에너지 확대, 그리드 인프라 확장 및 전환, 국내 수소 경제 확대, 난방 및 운송의 탈탄소화를 포함하여 많은 돈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은 시장 성장으로 변화된 상황에 기존의 보조금 지급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에 이뤄졌다.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독일 에너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향후 20년간의 보조금 지급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루카스 쾰러 자민당 원내부대표는 “재생에너지 투자비 보조금으로의 전환은 에너지 정책의 진정한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개편이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나온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로비 단체인  재생에너지 연방협회(BEE)의 시몬 피터 회장는 "투자 비용 보조금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투자 기피로 인해 야심 찬 확장 목표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은 오는 17일(현지시각) 공식 채택되며, 최종 결정 전까지는 의회에서 추가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보조금 제도 개편의 진짜 이유…기후전환기금(CTF) 67조원 삭감도 한몫

독일이 제도 개편을 통해 시장의 정부 의존도를 낮추려는 이유로 예산 부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는 예산 부족이 공식적인 제도 개편의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숄츠 총리는 지난 12월 기후 및 전환 기금(CTF)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총리는 “2024년에 약 120억유로(약 18조원)가 줄고, 2027년까지 총 450억유로(약 67조원)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기금은 여전히 1600억유로(약 239조원) 규모로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도 “CTF가 삭감됨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고 긴축 예산은 아니다”라며 “공적 투자가 민간 투자로 이어져 줄어드는 공적 자금의 지원을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기금 확보를 위해 여러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린드너 장관은 “환경에 해로운 보조금을 폐지하여 30억유로(약 4조원)에 달하는 전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건축 및 육산운송 부문의 탄소가격을 30유로(4만원)에서 45유로(약 7만원)로 인상하여 CTF 수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80%를 재생가능 전력으로 충당하는 게 목표인데, 정부는 이를 포함해 2030년 기후 목표까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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