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대체할 대안으로 돛을 활용한 해상 운송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지속 가능성 미디어 트렐리스(구 그린비즈)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무역기구들이 점점 더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를 추진하면서 돛을 활용한 화물선의 풍력 추진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약 5만 톤 규모의 유조선 ‘머스크 타코마(Maersk Tacoma)’는 높이 25미터에 이르는 4개의 돛을 설치할 예정이다. 돛 제작사인 스페인 바운드포블루(bound4blue)는 이를 통해 연료 소비를 두 자릿수 비율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상 운송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지만, 풍력 활용은 그간 주목도가 낮았다.
그러나 돛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암모니아, 수소와 같은 대체 연료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고, 검증된 기술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적용되는 돛은 전통적인 요트 돛과 달리, 바람에 따라 자율적으로 회전하며 추진력을 극대화하는 단단한 흡입 돛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돛, 연료 절감률 최대 40%...대체 연료와 병행 필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바운드포블루(bound4blue)가 제작한 이 돛은 기존 내연기관 추진과 결합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바운드포블루는 2025년과 2026년까지 머스크 타코마를 포함한 4척의 유조선에 이 기술을 배치할 계획이다.
바운드포블루는 2014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흡입식 돛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된 풍력 보조 추진 시스템인 'eSAIL®'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돛보다 최대 6~7배 높은 양력을 생성하며, 이를 통해 선박의 연료 소비를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네덜란드 아마수스 소유의 화물선과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 아르마퇴르 소유의 로로(RO-RO) 선박에 적용되어 효율성을 입증한 바 있다. 2025~2026년까지 머스크 타코마를 포함한 유조선 4척에 적용될 예정이다.
운송 및 환경부(T&E)의 연구에 따르면, 돛 설치를 통해 연료를 10~15%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항로를 조정하거나 선박 속도를 줄일 경우 배출량을 각각 최대 30%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풍력추진협회(Windship Association)의 개빈 얼라이트 사무총장은 "돛에서 초과 에너지를 수확해 이를 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설계가 가능하다"고 밝히며, 관련 기술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돛이 설치된 대형 선박은 약 50척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매년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규제 강화...돛 설치 필수될 듯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도입이 주로 규제와 산업 목표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연합(EU)은 해상 운송을 배출권 거래제도(ETS)에 포함했으며, 2024년부터 모든 유럽 항구에 입항하는 선박은 ‘연료EU 해양 규정(FuelEU Maritime Regulation)’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규정은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강도를 2050년까지 80% 감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08년 대비 70~80%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T&E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체 연료만으로는 이러한 목표 달성이 어렵다며, 선체 설계 개선, 정기적인 유지 보수, 풍력 기술의 대규모 도입 등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돛 설치가 기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해상 운송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