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해 애널리스트와 외교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미국이 첫 번째 파리협정을 탈퇴했을 때보다 이번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후 변화와 기후자금조달 문제, 유럽과 미국 사이 기업들의 그린허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인해 기후 변화 심해질 것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본격적인 ‘바이든 지우기’가 시작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풍력 임대를 중단하고 바이든 전 정부가 수립한 ‘2030년 전기차 전환 목표’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에너지부가 승인 및 검토 중인 3300억달러(472조원) 가량의 친환경 인프라 자금이 지급 중단의 위기에 처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컬럼비아 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Columbia Law School)의 법학 교수인 마이클 제라드(Michael Gerrard)는 “이 모든 것이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 달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파리협정을 위해 일했던 기후 협상가 폴 왓킨슨(Paul Watkinson)은 "이는 분명히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다시 비운 자리를 왜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뒷감당을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기후 자금 조달도 중단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의 일환으로 유엔 기후 회담에 따라 약속된 모든 미국 자금 지원 또한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로 인해 최빈국들은 최소 110억달러(약 16조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24년에 제공한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지원이다.
지난 11월, 선진국들은 COP29의 합의에 따라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달러(약 431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OECD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지난 2022년에 개발도상국에 총 1160억달러(약 167조원)의 기후 자금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투자한 막대한 기후 친화적 정부 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이 지원금이 지급될지는 불확실하다.
비영리 연구 그룹이자 국제기후정책조직인 기후 정책 이니셔티브(Climate Policy Initiative)에 따르면 국내 및 해외, 민간 및 공공 자금을 포함한 미국의 총 기후 지출은 2021-2022년에 연간 1750억(약 252조원) 달러로 급증했으며,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엄청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또한 전 세계 기후 변화 협상을 운영하는 기관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 핵심 예산의 약 21%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 기관은 자금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미국 뉴욕시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신 미국의 분담금을 대신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2017년에도 트럼프 행정부 대신 UNFCCC 분담금 납부를 위해 최대 1500만달러(약 216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업들의 그린허싱이 늘어날 것
파리협정 탈퇴는 미국의 기후 변화 후퇴와 유럽의 기후 목표 달성 사이에서 곤경에 처한 은행과 자산관리자들에게도 문제로 여겨진다.
비영리 단체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의 설립자인 마크 캄파날레(Mark Campanale)는 "유럽 고객을 보유한 미국 자산 관리자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야누스와 같아야 한다"라며 "그들이 미국 정치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럽의 고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할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현재 미국 은행들은 공화당의 비판에 따라 기후금융연합을 연달아 탈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다른 다국적 기업이 지속 가능성 보고에 대한 엄격한 유럽 규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캄파날레는 글로벌 기후 정책의 여러 방면을 감안할 때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노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드러내지는 않는 이른바 ‘그린허싱(Greenhushing)’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기후변화사무국, 중국, EU 등 전 세계 인사들 우려 표해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해 전 세계 인사들은 많은 우려를 표했다.
유엔 기후변화사무국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국장은 “청정에너지를 수용하는 것은 엄청난 이익, 수백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 깨끗한 공기를 의미한다. 이를 무시하면 그 모든 막대한 부가 경쟁 경제로 흘러가는 반면, 가뭄, 산불,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 재해는 계속 악화되어 재산과 사업을 파괴하고, 전국의 식량 생산에 타격을 입히고, 경제 전체의 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파리협정에 대한 문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우리는 모든 국가의 건설적인 참여를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높은 중국도 미국의 행보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 닝(Mao Ning)은 "중국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발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모든 인류가 직면한 공통적인 과제다. 어떤 나라도 이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어떤 나라도 이에 면역이 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탈퇴한 것은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기후 담당 집행위원 웝크 훅스트라(Wopke Hekstra)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후 변화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적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파리협정은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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